[어저께TV] ‘힐링’의 콜라보, 천재뮤지션 인간미 들췄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7.08 07: 42

해맑기만 한 천재 뮤지션들의 인간미가 들춰졌다. 역시 공감의 토크쇼 ‘힐링캠프’ 다웠다. 그렇다고 가슴 아픈 이야기에만 집중했느냐 하면 그것만도 아니었다. 선·후배가 어우러진 무대와 남다른 교감, 공감이 안방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7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서 '힐링뮤직캠프'라는 부제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힐링 뮤지션 가수 김창완, 아이유, 악동뮤지션이 출연해 이색적인 콜라보 무대와 토크쇼를 펼쳤다.
김창완과 아이유, 악동뮤지션. 얼핏 나열하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팀은 음악성만으로 대한민국 가요계 한자리씩을 차지한 천재들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 팀 모두 무대 위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가수들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날 유독 돋보였던 것은 아이유-악동뮤지션의 불우했던 과거 이야기. 그렇다고 눈물이 난무하거나 자기연민이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이보다 성숙한 세 어린 뮤지션의 담담한 이야기가 그 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기울였던 그들의 노력을 가늠하게 만들었다.
아이유는 어린 시절 갑자기 기울어진 가세로 인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했었던 사실을 알렸다. 이야기는 감정이라는 화두로 시작됐다. 아이유는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며 “노래로 해소되지 않는 게 연기로 해소된다. 감정적인 게 노래는 멜로디 거쳐 표현된다면 연기는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안 썼던 감정들, 내 기억으로는 소리를 내면서 울어본 적이 없다. 연기로 그렇게 할 수 있고 화도 핏대 세우면서 낼 수 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감정을 표출하는 게 좋아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그는 과거엔 자신을 사이보그처럼 느꼈다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아이유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되며 힘이 든 일은 많았지만 힘들다거나 슬프다고 느껴진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를 두고 김창완은 “너무 힘든 일 있으면 부정을 한다. 자기 부정을 열심히 하다보니까 사이보그가 된 게 아닐까?”라고 말했고 아이유 역시 그 말에 수긍했다.
아이유에게 유일한 도피처는 음악이었다. “나는 비뚤어지면 끝이다. 돌아갈 집이 없으니까. 집이 있는 애들은 자기 집을 찾아간다. 돌아갈 집이 없는 친구들은 계속 방황한다. 정신줄을 놓으면 돌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해서 놓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돌아갈 곳을 음악으로 삼고 죽자 사자 연습에 매달렸다고 했다.
악동뮤지션도 해맑은 얼굴 뒤에 있었던 어린 시절의 고민과  방황을 전했다. 악동뮤지션의 두 멤버가 몽골에 살며 부모님의 홈스쿨링을 받았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남다른 교육철학을 가진 부모님이겠거니 하는 인식이 있었으나, 이날 악동뮤지션이 밝힌 실상은 달랐다.
악동뮤지션은 홈스쿨링에 대해 "처음엔 정말 신났지만 좀 지나자 학교를 가고 싶었다"고 했다. 학교를 가고 싶다고 말하려는 순간 이찬혁은 우연히 학교를 보내고 싶어도 돈이 없어 보낼 수 없다고 하는 부모님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고, 결국 학교를 가지 않겠다 결심했다. 이어 이찬혁은 "그 당시 정말 형편이 어려워 밥에 간장만 넣어 먹었다. 그런데 정말 맛있었다"며 덧붙이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 후배들의 이 같은 모습을 대선배 김창완은 애틋하게 바라봤다. 그는 세 뮤지션에 대해 "불우한 환경을 딛고 일어난 연꽃이다. 진흙을 뚫고 나온 꽃들이구나. 생각했다"라고 칭찬하며 "거기서 말을 섞고 있는 내가 행복하다. 나도 돌이켜보니 나도 참 어린애다.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도 내가 힘든 것만 알았지 주위 힘든 건 모르고 지내왔다. 그저 자라처럼 나 힘들면 내 몸만 움츠리고 살았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어리지만 속은 꽉 찬 후배와 이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선배. 네 사람의 천재 뮤지션은 그렇게 서로의 삶을 바라보며 깊이 공감했다. 처음과 중간을 장식한 진짜 콜라보레이션 무대도 보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아이유와 김창완이 함께 한 '너의 의미'는 음반으로 듣는 것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악동뮤지션의 느낌으로 리메이크된 '산 할아버지'는 원작자 김창완으로부터 "너무 예쁘다. 음악성이 있다"는 극찬을 들었다. 인간미가 넘치는 네 명이 펼칠 다음 콜라보레이션이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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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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