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자동차를 새 차로 뽑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차가 사고차량이었다면? 얘기만 전해 들어도 분통 터지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주장이 제기 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판매자측에서는 당연히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더욱 답답한 노릇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기관에서도 “판매업자 측에서 버티면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는” 실정이다. 억울한 일을 당한 소비자는 어찌해야 할까?
사연의 주인공은 지난 5월 30일 폭스바겐 CC를 구입한 김 모씨(32세, 회사원). 수원에 사는 김 씨는 경기도 용인에 있는 폭스바겐 딜러사에서 차를 받을 때부터 차체 표면에 가루 같은 게 오돌토돌하게 묻어있었다고 한다. 차 유리에도 비슷한 게 묻어 있어서 세차를 하면 지워질 것으로 생각하고 차량 인수증에 사인을 했다. 그런데 가루 같은 물질은 세차를 해도, 세척액으로도 지워지지 않았고 도장 클리너로 작업을 하니 겨우 지워졌다.

며칠 후 김 씨는 차를 더 깨끗하게 타기 위해 광택업체를 찾아 광택작업을 맡겼다. 그런데 광택업체 사장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트렁크와 브레이이크등 사이에 도색 한 흔적이 보이고 차량이 티가 안 나게 파손 돼 있다”고 말한 것.
김 씨는 용인에 있는 대리점을 다시 찾아 이 문제를 항의 했더니 대리점 관계자는 “옆차 문짝에 찍힌 것이다” “고객의 관리 소홀이다”는 얘기만 반복했다고 한다.
대리점의 반응에 분노한 김 씨는 차량을 몰고 믿을 만한 1급 정비소 수십 군데를 찾아 다니며 차량 상태를 판단해 달라고 했다. 김 씨가 찾아 간 스무 곳 가까운 정비소에서는 한결같이 “사고 후 조잡하게 후속 처리가 된 경우”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사고차량이 분명하다는 확인서는 써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신차의 도장불량을 구제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도 구입 후 7일 이내라야 가능하다.

김 씨가 파악한 정비 흔적은 무려 일곱 군데. 뒷 범퍼의 볼트가 느슨해져 있었고 피스에 풀린 자국이 분명한 녹이 슬어 있었으며, 트렁크 문을 닫으면 어딘가 뒤틀려 좌우 틈이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트렁크 표면에는 조잡하게 페인트칠이 된 흔적이 뚜렷했고, 트렁크 문짝 하단부에는 페인트 기포자국이 깨알처럼 박혀 있으며 페인트가 뭉쳐 십자 모양의 덩어리가 손에 느껴질 정도였다. 또한 트렁크의 고무 패킹도 고르지 않고 울룩불룩한 상태였다. 뒤늦게 발견한 흔적이지만 차량의 지붕도 조잡하게 페인트칠이 돼 있었다. 정비업체로부터 뒷 범퍼가 원래 차량과 맞지 않는 부품 같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김 씨의 이 같은 주장에 폭스바겐 딜러사에서는 “출고 당일 구매객에게 차량을 자세히 살펴보게 한 뒤 확인서를 받았고 정상적으로 출고했다. 사고 차량은 원천적으로 출고가 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수입차의 PDI센터를 조심스럽게 지목하고 있다. Pre Delivery Inspection의 약자인 PDI 센터는 평택항에 도착한 수입 차량을 정밀 점검하고 보관하며, 판매된 차량을 배송까지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센터도 월말이 돼 출고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혼잡으로 인한 충돌 사고가 왕왕 일어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김 씨는 “폭스바겐과 딜러사인 클라쎄오토에서는 한달 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교환을 해 주거나, 합당한 보상을 해주지 않을 경우 소송을 통해 소비자 권익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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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가 제공한 폭스바겐 CC의 정비 흔적들. 트렁크 문짝에 주름이 져 있고 희끗희끗한 페인트 자국이 남아 있으며(맨 위 사진), 트렁크를 닫으면 양 틈이 차이가 나고(가운데 사진), 트렁크 문짝 아래 쪽에는 조잡하게 칠한 페인트가 뭉쳐 있고 깨알처럼 기포 구멍도 나 있다(맨 아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