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브라질 국민들과 축구 팬들의 공분을 샀던 후안 수니가(29, 콜롬비아)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사후 징계를 피해갔다. 중징계를 받았던 루이스 수아레스(27, 우루과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FIFA는 8일(이하 한국시간) 징계위원회를 열고 수니가에게 사후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니가는 브라질과의 8강전 당시 경기 막판 상대 에이스 네이마르(22, 브라질)에 거친 반칙을 범해 네이마르를 쓰러뜨렸다. 돌아 뛰려던 네이마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허리를 가격했는데 부상을 피하는 ‘운이 없었던’ 네이마르는 척추 부상으로 이번 월드컵을 마감했다.
이에 수니가에 징계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의 어깨를 이로 물어뜯은 수아레스의 중징계(국제대회 9경기 출전 정지 및 4개월 자격 정지) 사례가 있었던 터라 수위에 관심이 몰렸다. 그러나 FIFA는 움직이지 않았다. 수아레스와는 다른 상황이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징계위원회는 해당 경기 심판진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기장마다 30대 이상이 깔린 비디오보다는 심판의 의사를 먼저 묻는 것이다. 권위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아레스 사건 당시 주심과 2명의 부심, 그리고 대기심까지 모두 이 장면을 놓쳤다. 때문에 징계 수위를 비디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미 전과가 두 차례나 있었던 수아레스임을 고려해 무거운 징계가 나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수니가의 사건은 경기 당시 주심이 이를 목격하고도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경기는 계속 흘러갔고 네이마르의 부상이 심각한 것을 인지한 뒤에야 경기가 중단됐다. FIFA는 이에 대해 브라질축구협회(CBF)가 제출한 영상보다는 해당 경기를 관장한 카를로스 벨라스코(스페인) 주심의 당시 선택을 존중하는 선에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했다. 만약 벨라스코 주심이 이를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을 경우에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적절한 징계가 내려졌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거친 파울’과 ‘엽기적 행위’에 대한 FIFA의 시선을 확인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사실 축구에서는 거의 매 경기 경고가 나온다. 그만큼 거친 반칙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의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더러 있다. 완벽하게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아주 큰 징계가 나오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수아레스의 경우는 너무나도 고의성이 명백했고 행위가 엽기적인데다 전과가 있었다. 수아레스와 수니가의 희비가 엇갈린 또 하나의 이유다.
한편 티아구 실바(30, 브라질)의 징계에 대한 CBF의 항소는 기각됐다. 독일의 는 8일(이하 한국시간) “(실바가 8강전에서 받은) 경고가 부당하다며 CBF가 공식적으로 항소했으나 FIFA 징계위원회는 이 항소를 기각했다”라고 보도했다. 는 “CBF가 특별한 참작이 감안될 경우 경고를 취소할 수 있다는 징계규정 77조를 들어 항소했으나 FIFA는 규정을 적용할 부분이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수비라인의 핵심인 중앙 수비수 실바는 콜롬비아와의 8강전에서 불필요한 행위로 경고를 받았다. 공격 후 수비로 전환할 때 상대 골키퍼 오스피나가 공을 전방으로 연결하려는 과정에서 앞을 가로 막아 경고를 받았다. 이미 경고 한 장이 있었던 실바는 경고누적으로 독일과의 4강전 출전이 좌절됐다.
실바는 이에 대해 “어리석은 경고였다”라고 하면서도 “골키퍼가 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내가 불가피하게 앞에 있었을 뿐이고 상대의 움직임을 피하지 못했다”라면서 경고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CBF는 이런 실바의 주장을 항소의 근거로 제시했으나 FIFA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실바의 대체자로는 독일 선수들을 잘 아는 단테(31, 바이에른 뮌헨)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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