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유동근, "한 편의 연극 한 것 같아"[인터뷰]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4.07.08 11: 15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지난달 29일 50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수백 년 전의 이야기지만 현재와 맞닿은 정치사극 '정도전'은 명장면을 매회 탄생시키면서 시청자를 열광시켰다.
이성계를 연기한 배우 유동근(58)은 함경도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색다른 이성계 캐릭터를 창조했다. 1996년 작품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을 연기했던 유동근은 아직까지도 '이성계'를 물었을 때 떠오르는 故김무생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처음에는 걱정스럽고 조바심도 났다. 내가 예전의 이방원에서 이성계로 넘어올 수 있을지, '정도전'은 시험대가 됐다. 누구든지 '이성계'라고 하면 김무생 선배님을 떠올린다. 그래서 김무생 선배님의 이성계와 차별화를 둘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지점이 사투리였다. 결정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동북면 촌뜨기 이성계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투리 설정을 만들어준 정현민 작가에게 고맙다. 함경도 사투리는 어려웠다. 하지만 어려워서, 안 해봤으니까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유동근은 이성계의 폭발적인 감정신을 감동 그 이상으로 표현해내면서 이성계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이성계가 '성계탕'을 먹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 정도전(조재현 분)의 온기가 남아있는 이방원(안재모 분)의 칼을 부여잡는 모습 등은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으로 시청자의 가슴을 울렸다.
"참 힘들었다. 극이 빠르게 세월을 건너뛰니까, 매 장면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했다. 유독 이성계의 장면에 감정 소모가 많았다. 그래서 노력 이외에는 답이 없었다. 무조건 연습하고, 연습하다가 영감을 받았다. 강병택 감독이 온화한 사람이지만, 촬영장에서는 무서우리만큼 요구한다. 매 장면 함께 고민하고, 마지막 감정을 토해낼 때까지 모두 찍는다. 그 수많은 장면을 편집하니까 거기서 감동이 오는 것 같다. 그런 현장을 만들어 준 감독의 리더쉽이 많이 생각난다. 이번 작품은 한 편의 연극 공연을 한 것처럼, 여운이 많이 남는다."
마치 혼란한 여말선초의 시대를 살아본 것처럼 글을 써내려 간 정현민 작가, 그것을 충실히 연기한 배우, 또 모두 다 담아낸 감독의 합이 맞아 떨어졌던 '정도전'은 회를 거듭할수록 모든 인물이 주인공처럼 생생하게 살아 숨 쉬었고 시청자들은 시청률로 응답했다.
"사실 주인공 조재현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주인공은 정도전인데, 이인임(박영규 분), 이성계, 정몽주(임호 분)가 있었다. 그럼에도 조재현은 기다리고 참아주고,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또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글의 힘, 깨끗한 연출의 힘에 젊은 시청자들도 손을 잡아준 것 같다. '정도전'이 빠른 전개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퓨전 사극이 보였던 변칙적인 스피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와 감독은 정통사극의 틀을 깼다. 대하드라마의 침체기 속에서 '정도전'이 시작됐지만, 이 작품을 통해 작가와 감독이 인정 받아 연기자도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 '정도전'에서 열심히 했던 배우들이 또 다른 대하드라마에서도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제 유동근은 이성계를 벗고 평범한 아버지로 돌아온다. 유동근은 KBS 2TV '참 좋은 시절' 후속으로 방송될 새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이제 '정도전'을 잊으려고 한다. 오래 가져가면 좋지 않다. 이성계를 털고 가족의 구성원인 아버지로 돌아간다. 좋은 작품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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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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