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연속 월드컵 4강의 기록을 쓴 독일이 개최국 브라질과 결승 문턱에서 격돌한다. 다만 경기 시작 하루 전까지도 팀 전술에 대한 부분은 미궁 속에 빠져 있다. 미로슬라프 클로제(36, 라치오)와 필립 람(31, 바이에른 뮌헨)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4-3-3 전술과 4-2-3-1 전술을 혼합하고 있다. 4-2-3-1 전술은 요하힘 뢰브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독일이 꾸준하게 활용했던 전술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뢰브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바이에른 뮌헨 감독의 전술을 상당 부분 차용한 4-3-3 전술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 2선 공격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의 부상 이탈이 하나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뢰브 감독의 개인적 성향도 잘 묻어 나온다는 평가다.
양쪽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애용한 4-3-3 전술은 세 명의 미드필더를 통해 뢰브 감독이 추구하는 허리에서의 짧은 패싱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아무래도 허리의 수비력 또한 강화된다. 그러나 전형적인 ‘10번’의 자리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없어 3명의 공격수들이 고립되는 결과가 종종 나왔다. 중앙 지향적인 메수트 외질과 마리오 괴체를 윙어로 투입하면서 초래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4-2-3-1 전술은 공격적인 흐름에서는 다소 나아질 수 있다. 최전방 공격수가 박스 내에서 버텨주다보니 순간적인 공격수의 숫자가 많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측면이 썩 달갑지 않은 외질을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외질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 점이 걸린다. 여기에 브라질과 같이 허리가 두꺼운 팀을 상대로는 2명의 미드필더로 고전할 수 있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이에 뢰브 감독도 공식 훈련 마지막 날까지 선발 라인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를 비롯한 독일 언론들은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꺼내들었던 4-2-3-1 전술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공개 훈련 막바지에도 이런 움직임이 보였다는 것이다. 이 경우 클로제가 선발로 공격진에 투입되고 람이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들어가게 된다. 감기 증상이 있는 페어 메르테사커가 다시 벤치에 앉고 제롬 보아텡이 중앙에 서는 대형이다.
이 대형의 관건은 토니 크로스와 함께 중앙의 짝을 이룰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혹은 사미 케디라의 몸 상태다. 두 선수는 시즌 막판까지 부상으로 고전했으며 특히 장기 부상에 시달린 케디라는 여전히 100% 몸놀림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두 선수 모두 체력적인 측면이 완벽하지 않다는 고민이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브라질의 거친 미드필드 압박에 패스 줄기가 모두 끊길 수 있다. 안드레 쉬얼레, 루카스 포돌스키 등 2선에 조커로 투입될 자원들의 컨디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해 셈법이 보기보단 복잡하다.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의 공격력이 다소간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허리에서 승부를 보는 4-3-3 전술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런 진검승부에서 ‘이기는 축구’보다는 ‘지지 않는 축구’를 선호했던 뢰브 감독의 개인적 취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면 곧바로 탈락인 4강에서 공격적인 승부를 걸지는 않는 가운데 점유율을 바탕으로 조여 가는 축구를 할 생각이라면 4-3-3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뢰브 감독의 선택에 전 독일의 관심이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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