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닥터 이방인’, 남긴 것 vs 잃은 것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4.07.09 08: 07

절반의 성공이다. 지난 8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극본 박진우 연출 진혁)은 줄곧 시청률 1위를 수성했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배우들의 호연을 빛났지만, 그들의 쓰임새에서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 ‘닥터 이방인’이 남긴 것과 잃은 것을 살펴봤다.
◇남긴 것 : 배우 이종석 + 박해준의 발견 
이종석은 그동안 앳된 외모로 주로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 ‘닥터 이방인’에선 교복을 벗고 의사 가운을 입었다. 쾌활하고 능청스러운 의사에서부터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순애보를 간직한 남자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줬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장석주(천호진)에게 복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환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의사의 품위를 보여준다. 멜로 코믹 액션 드라마 등 이종석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스타’ 이종석이 아닌 ‘배우’ 이종석을 각인시킨 셈. 덕분에 쾌활한 모습 뒤에 아픔을 간직한 남자 박훈이란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여타 배우들의 활약을 보여줬다. 박훈에게 집착하는 차진우 역의 박해준은 ‘닥터 이방인’의 발견이다. 북한 대남공작부 요원 차진우는 마지막 회까지 결정적인 순간마다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훈에 대한 들끓는 애증을 보여준 박해준은 소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 경감에 비유되며 ‘차베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인간미 가득한 흉부외과 과장 형욱 역의 최정우, 탐욕스러운 정치인 장석주 역의 천호진까지 베테랑 배우들은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잃은 것 : 복합장르란 패착+캐릭터의 붕괴  
화려한 출발이었다. 한류스타인 이종석과 박해진이란 드림 캐스팅, 헝가리 로케이션 등으로 방영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온 진혁PD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높았다. 단 3회 만에 월화극 1위를 차지하며 고무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용두사미였다. 첩보와 로맨스, 메디컬 등이 버무려진 복합장르였지만, 각기 다른 장르가 조화롭게 섞이지 못한 것. 그로인해 개연성과 방향성을 잃은 전개가 이어졌다. 
캐릭터들도 갈 길을 잃었다. 특히 초반 박훈과의 접전을 보여준 엘리트 한재준(박해진)이 그러하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순애보를 간직한 이휘경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박해진. 그는 날카롭고 냉철한 한재준 역으로 성공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줬지만, 당초 예상된 활약상을 보여줬다고 볼 순 없다. 마지막 회에서 박훈과 재희(진세연)에 얽힌 미스터리가 한재준의 대사로만 설명이 되는 등 캐릭터의 쓰임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닥터 이방인’은 MBC 드라마 ‘기황후’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 월화극 정상을 수성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1위는 아니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5월 19일 방송된 5회가 기록한 시청률 14.0%(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후에는 10~11%에 머물렀다. 지난 달 17일 종영한 경쟁작 KBS 2TV ‘빅맨’이 5%대 시청률로 시작해 12.6%의 시청률로 마침표를 찍으며 역전 드라마를 보여준 것과 비교된다. 
‘닥터 이방인’ 후속으로 최지우 권상우 주연의 ‘유혹’이 오는 14일부터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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