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닥터이방인’, 천재의사 박훈의 이상한 순애보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4.07.09 08: 27

[OSEN=정소영 인턴기자] 가슴 뛰는 수술 장면은 있었지만, 설레는 로맨스는 없었다. ‘닥터이방인’은 기획의도 단계에서부터 메디컬 첩보 멜로라는 거창한 이름의 장르를 내세웠었다. 초반에는 세 장르의 균형을 고루 맞추며 호평을 받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주인공 이종석의 짝사랑 타령은 메디컬도 아니고 로맨스도 아닌 애매한 방향으로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지난 8일 종영한 SBS ‘닥터이방인’ 마지막회에서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나 사랑을 이룬 박훈(이종석 분)과 한승희(진세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 날 박훈과 한승희는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하던 장석주(천호진 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들을 끝까지 쫓은 차진수(박해준 분)에 의해 2년 전과 같은 위험에 처한다.
다리아래로 떨어지기 직전인 승희를 붙잡고 있는 박훈을 본 차진수는 "사랑 좋지.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광경이다, 2년 전인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지금은 너희들을 도와 줄 놈이 아무도 없다"이라고 실소했다. 이어 차진수는 박훈에게 "그 손을 놓으면 넌 살려주지"라고 제안했지만 박훈은 "차라리 날 죽여"라며 분노하며 승희를 따라 강물에 빠진다.

이처럼 박훈을 짝사랑하는 동료의사 오수현(강소라 분), 2년 동안의 한국 생활 등의 다양한 변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의 개연성이나 당위성을 무시하고 2년 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첫사랑 재희를 울부짖는 박훈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박훈에 흔들리는 오수현에 의해 이별하게 된 한재준(박해진 분)과 오수현의 1년만 재회 또한 갑작스런 전개로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은 지인의 로펌에서 일을 돕던 한재준이 오준규(전국환 분)를 만나기 위해 명우대학병원에 들르며 재회하게  된다. 이후 한재준이 박훈이 숨어 살고 있는 시골에 수현을 데려가고 둘은 박훈과 승희가 재회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맞잡고 뒤늦게 사랑을 확인한다.
1시간 남짓한 마지막회에 풀어놓은 이야깃거리를 모두 회수하려고 한 탓일까. 한재준과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박훈이라는 새로운 존재에게 빠지게 된 오수현, 그런 오수현에게 흔들리기 시작하는 박훈, 그런 박훈을 눈치 채고 놓아주려는 승희, 네 남녀의 복잡하게 얽힌 운명의 실타래는 충분한 이해와 과정 없이 결과만 놓인 것 같은 찜찜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닥터이방인’은 마지막 방송까지 지상파 월화드라마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본래의 기획의도대로 메디컬, 첩보 그리고 로맨스를 적절하게 버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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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닥터이방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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