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 외롭고 힘들 때 한 곡의 노래가 희망이 돼주기도 하고, 슬프고 괴로울 때는 기쁨이 되기도 한다. '트로트의 연인'에서는 트로트를 통해 노래의 힘을 전하고 있다.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지난 8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트로트의 연인'(극본 오선형 강윤경 연출 이재상 이은진) 6회에서는 유명 작곡가에게 트로트 리매이크 앨범의 편곡을 부탁하는 최춘희(정은지 분)과 장준현(지현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조근우(신성록 분)은 춘희와 준현에게 트로트 리메이크 앨범을 낼 것을 제안했다. 단 유명 작곡가에게 편곡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춘희와 준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작곡가를 찾아가 편곡을 부탁했다.

작곡가는 자신을 찾아온 춘희에게 "트로트를 왜 부르냐"고 물었다. 이에 춘희가 "남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래를 한다"고 답했고, 작곡가는 춘희에게 자신의 아내를 24시간 안에 웃게 하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춘희는 온갖 트로트를 열창하며 작곡가의 아내의 웃음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춘희의 도전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춘희는 작곡가의 아내를 억지로 웃기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진심을 담아 나훈아의 '홍시'를 불렀다. 춘희의 노력에도 작곡가의 아내는 끝내 웃음짓지 않았다. 춘희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작곡가에게 "전에는 남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트로트를 불렀지만, 지금은 제가 행복해지려고 노래를 부른다"라며 "내가 행복해야 듣는 사람도 행복한 거니까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춘희가 돌아간 후 작곡가의 아내는 춘희가 자신에게 불러줬던 나훈아 '홍시'를 조용히 흥얼거리며 "엄마 생각이 난다"고 희미하게 웃었다. 춘희가 부른 노래가 작곡가의 아내에게 엄마라는 추억을 선물해 준 것. 새삼 노래의 힘을 느낄 수 있던 대목이었다. 결국 이 작곡가에게 춘희의 리메이크 앨범에 편곡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작곡가의 아내가 미소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춘희의 진심이 담긴 노래와 그 노래가 갖고 있는 힘 때문일 것이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노래로 웃겨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미션이었지만 이 에피소드를 통해 노래가 갖고 있는 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특히 춘희의 노래는 작곡가의 아내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한 기운을 전해줬다.
이날 춘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지나의 ‘고추’를 듣고 눈물을 쏟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춘희에게 ‘고추’는 엄마의 노래였던 것. 타인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노래도 당사자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드라마 속에는 적재적소에 노래, 그것도 트로트가 등장한다. 여러 상황과 주인공들의 감정에 따른 선곡은 극에 몰입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거기다 노래만이 줄 수 있는 기분 좋은 에너지까지 함께 선사하고 있다. ‘트로트의 연인’이 앞으로 어떤 선곡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를 모은다.
한편 '트로트의 연인'은 트로트에 모든 걸 걸고 있는 최춘희, 트로트를 경멸하는 천재 뮤지션 장준현과 마성의 옴므파탈 기획사 대표 조근우, 최춘희의 라이벌이자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연습생 박수인 등 네 남녀의 미묘한 감정선이 유쾌하게 그려지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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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의 연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