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이면서 멜로를 지향하는 복합장르극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야기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한 멜로는 설득력 잃은 러브라인으로 싱거운 삼각관계를 만들어냈다.
지난 8일 오후 종영한 '닥터 이방인'은 메디컬의 옷을 입었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농도 짙은 멜로드라마다. 주인공 박훈(이종석 분)을 둘러싸고 송재희(진세연 분), 오수현(강소라 분)이 삼각관계를 이룬다. 애초부터 박훈의 송재희 찾기가 거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시작점이며, 오수현의 짝사랑은 극 중 박훈과 한재준(박해진 분)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러브라인 장치가 효과적이었을까. 많은 시청자들은 이 물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드라마 중간에는 두 여자 캐릭터의 정체가 불분명한 상황까지 등장했다. 애초 박훈이 첫 회부터 애절하게 찾아 헤매고 삶의 이유로 생각하던 송재희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대신 오수현이 그 자리를 꿰찼다. 박훈은 송재희가 아니라 오수현과 더 달달한 러브라인을 선보였다. 자연스레 시청자들은 박훈-오수현을 응원하게 되고 이에 따라 송재희의 역할은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송재희의 존재감이 옅어지자 자연스레 드라마는 설득력을 잃었다. 애초부터 박훈은 이른바 '송재희 찾기' 미션을 해결하는 것을 큰 과업으로 여기는 인물. 그러나 오수현과의 멜로가 짙어질수록 송재희를 찾아헤매는 박훈의 "재희야"라는 말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결국 이종석이 연기하는 박훈은 애절하게 송재희를 부를지라도, 그 간절함이 시청자들에게까지는 전해지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에는 두 여자캐릭터가 부실하게 그려진 것에 그 원인이 있다. '닥터 이방인'에서 멜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큰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게 그려진 송재희 캐릭터는 '왜 박훈이 그를 찾아헤매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오수현의 경우 극 초반 당당한 여의사 오수현에서 박훈을 향한 답답한 짝사랑을 하는 그저 그런 캐릭터로 전락했다.
이 뿐 아니다. 두 여자 캐릭터의 감정선 또한 자연스럽지 않고 갑작스럽게 변화했다. 오수현은 그토록 '박훈 앓이'에 빠졌으면서도 해피엔딩을 위해 '급하게' 한재준의 손을 잡았다. 송재희는 후반으로 넘어가자 박훈과 오수현의 상황을 혼자 오해하더니 "박훈은 오선생을 좋아한다"며 갑자기 박훈을 떠나려했다. 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드는 상황 변화다.
결과적으로 '닥터 이방인'은 송재희와 박훈의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처음부터 "재희야"만 외치던 박훈이었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말이다. 그러나 메디컬을 다소 부실하게 다루면서까지 힘을 줬던 멜로가 허무한 마지막을 맞은 것 또한 사실. 일부 네티즌은 이러한 결말에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오는 14일부터는 '닥터 이방인' 후속으로 '유혹'이 방송된다. '유혹'은 인생의 벼랑 끝에 몰린 한 남자가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제안을 받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멜로드라마로, 권상우 최지우 이정진 박하선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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