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이다. 제 아무리 강한 불펜을 보유해도 리드를 잡지 못하면 소용없다. 삼성이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데에도 바로 압도적 선발야구가 뒷받침돼 있다. 삼성이 선취 득점시 30승3패로 가장 높은 승률(.909)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선발투수들이 경기의 토대를 만들어준 덕분이다.
삼성은 지난 8일 외국인 투수 J.D. 마틴이 1군 복귀전에서 7⅔이닝을 던지며 한국 무대 첫 무실점 투구를 펼친 데 힘입어 4-0 영봉승을 거뒀다. 마틴까지 5승째를 올리며 삼성은 릭 밴덴헐크(9승) 윤성환(8승) 장원삼(8승) 배영수(5승) 등 선발투수 5명 모두 5승 이상 기록하게 됐다.
마틴의 선발승으로 삼성은 최근 7승을 모두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장원삼이 허리 통증으로 잠시 1군에 빠져있는 기간이었는데 밴덴헐크·윤성환·배영수가 모두 2승씩 챙겼다. 이처럼 올해 삼성 경기가 바로 선발 중심으로 이뤄진다. 8일까지 거둔 47승 중 선발승이 35승으로 74.5%의 비율이다.

류중일 감독 체제에서 삼성의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선발야구의 구축이다. 류중일 감독 부임 직전 해였던 2010년에는 79승 중 선발승이 41승으로 비율은 51.2%. 절반을 갓 넘긴 수준이었지만 류 감독 체제가 된 2011년(59승·74.7%) 2012년(66승·82.5%) 2013년(55승·73.3%) 모두 50승·70% 이상 비율을 차지한다.
최강 마무리 오승환의 일본 진출로 예년보다 불펜이 헐거워졌지만 삼성은 선발야구로 정면돌파하고 있다. 삼성 선발 평균자책점은 4.40으로 NC(3.84)에 이어 2위이지만, 선발 평균 이닝은 5.82이닝으로 1위. 5회 이전 조기강판은 10경기로 가장 적다. 웬만해서는 선발투수를 5회 이상 던지게끔 맡겨두는 편이다.
5년째 삼성 선발 로테이션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토종 3인방 윤성환·장원삼·배영수의 꾸준함이 단연 돋보인다. 여기에 올해는 외국인 투수 덕도 보고 있다. 밴덴헐크가 팀 내 최다승 투수로 떠오르며 특급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입지가 좁아졌던 마틴도 롯데전에서 생존 본능을 과시하며 개선 기미를 보였다.
고정 선발 5인방을 제외하면 선발로 나선 투수는 백정현이 유일하다. 선발투수 숫자가 6명으로 가장 적다. 그만큼 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기복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선발 5인방 전원 두 자릿수 승수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이 기록은 1992~1993년 해태, 1998년 현대가 총 3번 기록했다. 삼성은 지난 2012년 선발투수 4명이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으나 윤성환이 1승 모자라 아깝게 실패한 바 있다. 배영수의 분전과 마틴의 각성이 이뤄진다면 충분히 재도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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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덴헐크-윤성환-장원삼-배영수-마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