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운아" 박해민, 신고선수서 올스타 인생역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7.09 06: 03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다. 한 번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 실감이 안 난다".
삼성 외야수 박해민(24). 시즌 전만 해도 그의 이름은 낯설었다. 2년 전 신고선수 출신으로 입단해 지난해 9월 1군에서 1경기만 대주자로 나온 게 전부였던 선수. 그랬던 그가 1위팀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1군 주전으로 자리 잡은 것도 모자라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까지 발탁됐다. 1군 풀타임 첫 해부터 겹경사를 맞은 것이다.
3년 만에 신고선수에서 올스타까지, 이만하면 인생 역전이라 할 만하다. 신일고-한양대 출신으로 야구 명문고를 졸업했지만 드래프트에서 불러주는 팀이 없었던 그는 삼성의 신고선수 제의를 받고 주저하지 않았다. 다른 팀에서도 접촉이 있었지만, 가장 먼저 손길을 내민 삼성과 계약했다.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우승팀은 신고선수에게 더 큰 벽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해민은 "그때는 뒷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명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 어디든 가야 했다"며 "대학시절을 돌아보면 그저 그런 선수였다. 4학년 때 반짝했을 때 내가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고, 신고선수로 들어와보니 나보다 잘하는 선수들을 보고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냉정하게 자신의 위치를 돌아봤다.
그 다음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연구했다. 그는 "나는 잘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나만의 장점을 살리려 했다. 주루와 수비를 더 연습했다"고 말했다. 박해민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절묘한 번트도 자신만의 장점을 특화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에서 빚어진 작품이다. 빠른 발과 폭넓은 수비로 백업 멤버로 자리잡은 그는 기어이 주전 자리까지 꿰찼다.
하지만 박해민은 자신의 능력보다도 삼성이라는 팀 그리고 주위의 여건이 자신에게 '운 좋게' 작용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처음부터 빠른 발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프로에 와서 체계적으로 훈련하며 더 빨라졌다. 이전에는 단거리 운동을 별로 안 했다. 삼성에 입단한 뒤 체계적인 단거리 운동으로 스피드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프로에 입단한 후 기량이 향상된 케이스.
올해 자리를 잡기에도 '운'이 많이 작용했다. 그는 "(배)영섭이형이 군대에 가면서 자리가 생겼다. 나도 상무에 테스트를 봤는데 떨어졌고, 이후 스프링캠프에도 가지 못했다. 인정을 받지 못 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강명구 선배가 부상을 당하며 대주자로 기회가 왔다. 기존 선수들이 안 좋을 때 운좋게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만약 상무 테스트에 합격했거나 강명구 부상과 정형식 부진 등 변수가 없다면 지금의 박해민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박해민 스스로도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준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한다. '행운아'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운도 실력과 준비가 있어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박해민이 기회를 잘 잡았다. 감독은 잘 하는 선수 계속 쓰게 되어있다"며 "박해민이 아주 잘 해주고 있다. 키워줄 때 제대로 키워주겠다"고 공언했다. 감독 추천 선수 발탁도 '박해민 키워주기' 일환. 시즌 전 상상도 못한 꽃길이 박해민 앞에 놓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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