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저도 올스타 좀…".
지난 8일 대구구장. 롯데와 홈경기를 앞둔 삼성 덕아웃은 갑자기 웃음바다가 됐다. 삼성 내야수 채태인(32) 때문이었다. 올스타전 이스턴리그 사령탑을 맡고 있는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날 감독 추천 선수로 소속팀 신인 외야수 박해민의 발탁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채태인이 덕아웃을 지나가며 류감독에게 애교 섞인 부탁을 했다. 그는 "감독님 저도 좀 올스타에 뽑아주세요"라고 읍소한 것이다. 이미 감독 추천 선수 작업을 마친 류 감독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백업이 필요한데 넌 1루수밖에 안 되지 않냐. 어떻게 뽑냐"고 답했다.

이에 채태인은 "외야수도 할 수 있으니 꼭 좀 뽑아주십시오"라고 다시 한 번 부탁했지만 류 감독은 "이미 명단을 제출했다"고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올해로 4년째 올스타 감독이 된 류중일 감독은 베스트 멤버가 아닌 감독 추천 선수에 한해서는 백업으로 여러 포지션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호하는 원칙이 있다.
채태인이 올스타에 욕심을 드러낸 건 그가 아직 꿈의 무대 나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삼성에 입단한 채태인은 그해 춘천에서 최초로 열린 2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MVP에 오르며 존재감을 알렸다. 2007년 시즌 후반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내며 주전으로 자리 잡은 그는 '퓨처스 올스타'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돼 왔다.
그러나 정작 1군에서는 올스타전에 나서지 못했다. 1루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몰려있었다. 올해도 이스턴리그 1루수 부문 팬투표 44만136표, 선수투표 77표를 받으며 총점 25.23점을 얻었지만 두산 외국인 1루수 호르헤 칸투(40.83점)에 밀려 2위가 돼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비록 올스타에는 선출되지 못했지만 채태인은 선두 삼성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전력으로 활약 중이다. 시즌 70경기 타율 3할9리 85안타 7홈런 5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5월에 다소 부진했지만 6월 이후 25경기에서는 타율 3할8푼1리 32안타 2홈런 22타점으로 고감도 타격을 자랑하고 있다.
올스타 발탁을 부탁한 롯데전에서도 6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리런 홈런으로 삼성 승리를 견인했다. 채태인은 "주위에서 타격감이 좋다고 말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아직 멀었다. 지금보다 더 잘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스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며 웃음과 함께 사라졌다. 올스타 탈락의 아쉬움을 무력시위로 화끈하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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