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맥 끊는다" 삼성 고급수비, 최강팀의 자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7.09 13: 00

"우리 수비는 탄탄하다. 위기에서 상대의 맥을 끊는다".
삼성은 지난 8일 대구 롯데전에서 4-0 영봉승을 거두며 3연승을 달렸다. 승리의 주인공은 외국인 투수 J.D. 마틴이었다. 그는 이날 7⅔이닝 4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었다. 하지만 그의 호투에는 수비진의 든든한 뒷받침없이 설명할 수 없었다.
마틴은 자신이 잡은 아웃카운트 23개 중 절반이 넘는 13개가 땅볼이었다. 유격수 김상수가 5개, 3루수 박석민과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가 3개씩 처리했으며 1루수 채태인과 투수 마틴도 1개의 땅볼 아웃을 처리했다. 8회 김상수의 실책이 하나 있었지만 그야말로 촘촘한 그물망이었다.

특히 경기 초중반 박석민과 김상수의 수비가 하이라이트 필름을 연출했다. 박석민은 강습 타구에 몸을 날려 한 쪽 무릎을 구부린 채로 부드럽게 송구했고, 느린 타구에는 빠르게 대시하며 러닝스로로 아웃 처리했다. 몸집은 둥글어도 수비에서의 움직임은 요가를 하듯이 유연하고 우아했다.
김상수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중견수 앞 빠지는 타구를 빠르게 쫓아가 건져낸 다음 한 바퀴 돌아 정확한 송구로 타자의 맥을 빠지게 했다. 투수 글러브를 맞고 반대 방향으로 휘어진 타구도 당황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캐치한 뒤 백핸드 송구 처리했다. 8회 2사 만루 최준석의 3유간 타구도 폭넓은 범위로 건져낸 뒤 간결한 백핸드 송구를 통해 2루 포스아웃으로 마무리했다. 탭댄스 추듯 경쾌한 움직임이었다.
그들의 송구를 빠뜨리지 않고 건져낸 1루수 채태인의 공도 빼놓을 수 없었다. 경기 초반 박석민의 송구가 다소 까다로웠지만 채태인은 두 다리를 찢고 미트를 뻗어 최대한 포구 범위를 넓혔다. 다소 높은 송구는 큰 키와 긴 팔로 다 잡아냈다. 삼성 내야수들의 송구는 1루에 채태인이 있어 거침없이 나온다.
2000년부터 삼성 수비작전코치로 지금의 수비 시스템 구축에 기여한 류중일 감독도 흐뭇한 모습이었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 후 "8회 상수가 (실책과 호수비로) 원맨쇼했지만 마지막 파인플레이로 잘 끝냈다. 안타성 타구였는데 잘 잡았다"며 "이제 감히 리그 최고 수준의 유격수라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어 류 감독은 "박석민도 가끔 엉뚱한 플레이를 해서 그렇지 수비를 잘 한다. 1루수 채태인도 어려운 공을 잘 잡아줘 내야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우리 수비는 탄탄하다. 위기에서 실점할 수 있는 상황에도 상대의 맥을 끊는 수비를 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삼성은 올해 팀 실책이 46개로 9개팀 중에서 가장 적다. 단순한 실책 숫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급수비, 삼성이 갖춘 최강팀의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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