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투구폼이 아니다. 3가지 투구폼을 혼용해서 던진다. 타자들은 쉽게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언제 어떤 폼으로 공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삼성 '영원한 에이스' 배영수(33)가 삼색조 변신을 시작했다.
배영수는 지난 6일 잠실 두산전에서 8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 역투를 펼치며 시즌 5승째를 따냈다. 이날 배영수 투구에서 가장 큰 특징은 투구폼 변화였다. 주자가 없을 때 일반적인 와인드업과 세트포지션 그리고 두 팔을 목 뒤로 넘기는 와인드업까지 3가지 다른 투구폼을 섞어가며 공을 던졌다.
같은 팀 임창용도 일본 시절부터 팔 각도 조절해서 타자를 현혹시키고 있는데 배영수는 투구폼 자체에 여러가지 변화를 가져갔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그는 "두산전에 처음 3가지 폼으로 던져봤다. 타자들에게 안 맞기 위해서였다"며 "나쁘지 않았지만 확실히 밸런스 유지가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후 과거와 같은 강속구를 잃은 배영수는 한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강약조절과 제구를 앞세운 투구를 한다. 스스로도 "예전에는 '강강강'밖에 몰랐다. 이제는 '강약강약'으로 조절한다"고 말한다. 투구폼 변화도 상대 타자를 조금이라도 이기기 위한 끝없는 연구와 변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투수는 민감한 직업. 일정한 투구폼으로 던져도 원하는 곳으로 제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경기 중 수시로 투구폼에 변화를 주는 건 무리수일 수 있다. 그래서 배영수는 "투수에게는 조금 민감한 부분이 있다. 투구폼 변화는 당일 컨디션이나 경기 상황을 보고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뒷다리 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산전에서 3가지 폼으로도 흔들림 없이 제 포인트에서 던질 수 있었던 것도 뒷다리가 단단하게 뒷받침된 덕분이었다. 그는 "어느 투수든 뒷다리 축이 제대로 잡혀있어야 한다. 뒷다리가 빨리 내려앉으면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공도 높게 뜨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이 뒷다리 축을 잡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앞으로 3가지 투구폼을 섞어 던지기 위해서는 뒷다리의 힘 유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하체 강화 훈련에 열중한다. 프로 초창기 때부터 배영수에게 몸에 배어있다. 신인 시절 계형철 투수코치와 양일환 투수코치가 그에게 끝없이 뒷다리를 강조했다.
배영수는 "어릴 적부터 오른쪽 뒷다리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 들었다. 신인 때 계형철 코치님과 함께 다리를 강화하기 위해 택견을 하기도 했다"며 능숙한 구령과 함께 현란한 택견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야구와 전혀 연관없어 보이지만 하체 유연성과 근육을 강화하는데 있어 택견만한 운동도 없다. 지금도 뒷다리가 무너지지 않고 잡아주고 있기 때문에 3가지 투구폼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배영수는 "그때는 코치님이 기인처럼 보였는데 왜 그러셨는지 알겠더라"며 웃어보였다. 숱한 고난과 역경에도 배영수가 롱런을 하는 데에는 이 같은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들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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