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이 화근이었다.
KIA 에이스 양현종이 지난 8일 문학 SK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동안 5탈삼진을 곁들여 6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막았다. 5-3으로 앞선 가운데 내려갔지만 불펜투수들이 동점을 허용하는 통에 시즌 11승 사냥에 실패했다. 잘 던지다 방심이 부른 11승 실패였다.
0-5로 뒤진 6회말. KIA 선발 양현종에게 5회까지 단 2안타에 그치며 완벽하게 당했다. 이렇다할 기회도 없었다. 150km짜지 직구를 뿌리는 양현종의 투구에 속수무책이었다. 선발 울프도 KIA 타선을 막지 못하고 5실점으로 무너졌다. 완전히 패색이 짙은 분위기였고 양현종의 11승은 무난해보였다.

그러나 나주환의 절묘한 번트에 흔들렸다. 6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양현종의 초구에 번트를 댔고 타구는 3루쪽으로 절묘하게 흘렀다. 양현종이 급하게 달려가 볼을 잡았지만 나주환의 발은 벌써 1루를 밟았다. 허를 찔린 양현종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양현종은 이명기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내리 3안타를 맞고 3실점했다. 그래도 양현종은 3점을 내주고 1사 1,3루 위기까지 몰렸지만 김상현과 박정권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양현종은 6회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투구수는 87개였다. 방어율도 3.71로 높아졌다.
또 다른 방심이 화근이 되었다. KIA는 3-5로 쫓긴 가운데 최영필이 등장했으나 7회말 선두타자 김성현에게 볼넷을 내주엇다. 흔들린 틈을 노려 SK 대타 박계현은 1루선상으로 기습번트를 감행했다. 타구는 파울라인으로 넘어가는 듯 했으나 당황한 최영필이 볼을 집는 바람에 페어가 되었고 박계현은 1루에 안착했다.
기세가 살아난 SK는 이명기의 좌익수 뜬공때 2루주자가 3루를 파고들었고 김강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때 홈을 밟아 한 점차까지 추격했다. KIA는 최영필을 내리고 심동섭과 김태영까지 내보냈고 끝내 최정이 동점타를 터트려 승부의 향방을 오리무중으로 몰고갔다.
SK는 답답한 경기에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가는 선수들의 창의성이 돋보였다. 반대로 KIA에이스 양현종과 베테랑 최영필은 상대타자들의 기습번트를 미쳐 대비하지 못했다. 결국 두 번의 방심은 양현종의 11승을 날렸다. 그나마 타선이 터져 10-6으로 승리했지만 양현종에게는 아쉬운 두 장면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