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양상문 감독은 동요하지 않았다. 8일 잠실 두산전에 앞두고 팀이 상승세를 탄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아직 멀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지난 5월 13일 취임식에서 말했던 것처럼 신중하게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LG가 작은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두 달이 넘게 최하위에 박혀있던 LG는 현재 두 계단 올라선 7위에 자리 중이다. 4위 롯데와 6.5경기차로 10경기가 넘었던 4강권과의 격차도 줄였다. 지난 6월 29일 SK전부터 7월 5일 NC전까지 6연승, 지난주를 5승 1패로 마무리, 올 시즌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마운드와 수비가 안정되면서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를 했던 모습을 조금씩 재현하는 중이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아직 팀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않았다고 본다. 양 감독은 “투수 쪽 외에는 향상될 부분이 많다. 특히 공격 쪽에서 점수 낼 수 있는 찬스를 못 살리는 부분이 나아져야한다. 우리가 찬스를 놓치지 않는다면, 좀 더 탄탄한 전력이 될 것이다”고 결정력 부재를 극복해야한다고 했다.

사실 LG 타선이 찬스에서 약하지는 않다. LG는 올 시즌 득점권에서 타율 2할9푼1리를 기록, 이 부문 4위다. 문제는 타선이 좀처럼 흐름을 타지 못하는 데 있다. 경기 초반(1회~3회) 타율 2할6푼8리로 좀처럼 상대 선발투수를 공략하지 못하며 선취점을 뽑는 경우도 적다. 선취점을 올렸을 때 22승 13패지만, 먼저 점수를 내주는 모습이 더 많이 나온다. 양 감독은 “경기 전 상대를 분석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더 좋아져야한다. 단순히 그라운드 위에서 치고 달리는 것이 아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일단 양 감독은 당장 승패에 연연하기보다는 한 부분씩 팀을 만들어가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면 “팀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봤다”고 하는 반면, 패했을 때는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8일 두산을 상대로 8-14로 패한 후에도 “한 점을 지키려고 조급해 했던 것이 대량실점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감독인 나부터 차분해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LG는 난타전 속에 5회말 5점을 뽑으며 7-6으로 리드를 잡았으나, 불펜진이 무너지며 역전패 당했다.
양 감독은 취임식에서 5할 승률 회복을 이야기한 바 있다. 당시 양 감독은 “5할 승률로 올라서기 전까지 선수들을 마주하러 가지 않겠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야구는 순간순간 1분 1초가 중요하다. 우리가 홈런을 치거나 역전을 하면 이 점수를 지킬 수 있게 코치들과 상의하는 데 더 시간을 할애하겠다. 물론 끝내기 안타나 홈런이 나오면 내가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갈 것이다”며 승리를 위해선 작은 순간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양 감독이 예상하는 5할 승률 회복 시기는 9월이다. 긴 연승으로 한 번에 순위를 올리는 것이 아닌, 꾸준히 팀을 정비해 한 걸음씩 4강권에 다가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양 감독은 지난 1일 새 외국인타자 스나이더 영입 사실을 알리며 “여전히 5할 승률을 바라보고 있다. 9월에는 우리가 5할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시즌 막판 대역전극을 약속했다. 최근 6연승에 대해서도 “아직 우리가 흐름을 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승이 앞으로 한 두 번은 더 나와야 되지 않을까 싶다. 5할 승률 -4나 -5정도까지 된다면, 그 때는 흐름을 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장은 ‘올인 전략’을 펼칠 시기가 아니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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