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유임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위해서다. 홍명보 감독이 현재 대표팀 주축 선수들을 가장 잘 아는 만큼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정상에 오르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작 빠른 시간 내에 끝내야 할 계획 수립과 자기 반성에는 너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감독 선임의 권리가 있는 대한축구협회라도 홍명보 감독의 유임 결정은 쉽지 않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16년 만에 기록한 최악의 성적 탓에 비난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이 한국 축구의 재산이라면서 계약기간까지 함께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대한축구협회의 설명은 일정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행동과 말은 좀처럼 맞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많은 비난 속에서 밀어 붙인 홍명보 감독의 유임은 실질적으로 한국 축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홍명보 감독의 유임은 새로운 시작에 불과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어떻게 정상에 오를 것인지, 그리고 4년 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대표팀을 발전시킬 것인지가 더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기적, 그리고 장기적인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초적인 계획은 물론 월드컵에서의 부진에 대한 분석 이야기도 없다. 심지어 16년 만의 최악 성적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이도 없다.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5 호주 아시안컵을 거론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원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그라지길 바라는 듯한 모습만 느껴질 뿐, 6개월 뒤의 대회와 4년 뒤의 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까. 4년 전을 되새겨 보자.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대표팀을 구성한 선수들도 화려했다. 박지성과 이영표, 차두리 등 경험과 실력을 모두 갖춘 선수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한국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다. 16년 만에 최악의 모습을 보인 대표팀으로서는 엄청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아시안컵에 나설 수도 있지만 실패한 만큼 어느 정도의 물갈이는 피할 수 없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선수들의 명성에 의존을 했다면, 이제는 실질적으로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는 선수들을 뽑아야 한다. 지난 5일 재개된 K리그 클래식을 지속적으로 관전하는 것은 홍명보 감독과 코칭 스태프의 몫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에서 상대할 주요국에 대한 전력 분석을 미리 해야 한다.
자기 반성이 빠져서는 안된다. 대한축구협회는 근래 최악의 월드컵이라는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어리석은 행동이다. 한국 축구팬들은 대한축구협회의 이런 모습에 실망에 빠져 조금씩 등을 돌리고 있다. 과연 자국민도 좋아하지 않는 대표팀이 국제 대회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해서 어떤 소용이 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고 한국 축구팬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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