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독일] 스콜라리의 용병술, 브라질의 예견된 참사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7.09 15: 27

브라질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마라카낭의 비극을 재현했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새벽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 위치한 미네이랑 경기장서 열린 독일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서 1-7로 대패를 당했다. 
브라질의 참패였다. 경기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박빙 혹은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브라질의 근소한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나왔다. 삼바군단은 홈 팬들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안겼다.

브라질의 참패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것이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공수 핵심인 네이마르와 티아구 실바가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빠진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다른 이유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선수 기용 실패다. 네이마르와 티아구 실바를 대체한 베르나르드와 단테 외에도 구멍은 또 있었다. 스콜라리 감독이 믿고 기용한 이들인데 다름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와 라이트백 마이콘이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브라질 감독은 이날 베스트11 중 무려 4명을 바꿨다. 반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반은 스콜라리 감독의 전술적 선택이었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10명 중 반에 가까운 4명이 바뀐 셈이다.
결국 이것이 치명적인 패착이 됐다. 제 아무리 개인기량이 좋은 브라질이라고는 하나 물 샐 틈 없는 조직력을 자랑하는 '전차군단' 독일 앞에서는 비할 것이 못됐다. 특히 마이콘은 이번 대회서 이날까지 단 2경기를 소화한 백업 선수였다. 페르난지뉴도 주전보단 백업에 가까운 이다. 스콜라리 감독은 평가전과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 16강, 8강까지 루이스 구스타부의 짝으로 파울리뉴를 중용했다.
안 그래도 네이마르와 티아구 실바가 빠지면서 조직력에 금이 간 브라질은 익숙치 않은 선수들이 2명이나 더 들어오자 전차군단의 단단한 조직력 앞에 맥을 못췄다. 페르난지뉴와 마이콘은 이날 대패의 장본인이였을 정도로 최악의 경기력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스콜라리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파울리뉴와 다니엘 알베스를 선발 기용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터. 스콜라리 감독이 파울리뉴의 컨디션 저하, 알베스의 수비 약점에 고민을 떠안았다고 하더라도 조금 더 보편적이지만 과감한 기용이 필요했다.
베르나르드 깜짝 선발 카드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네이마르를 전혀 대체하지 못했다. 공을 잡으면 뺏기기 일쑤였고, 대부분의 패스와 크로스도 부정확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경험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베르나르드는 이번 대회서 조커로 활용됐다. 만 22살의 어린 나이에 네이마르의 대체자라는 부담감, 준결승전의 압박감을 더하면 그에게 활약을 바라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반면 후반 교체 출격한 윌리안은 번뜩이는 패스와 날카로운 슈팅으로 제 몫을 해냈다. 윌리안의 경험, 공수를 가리지 않는 풍부한 활동량을 고려했을 때 독일과 준결승전은 윌리안 선발 카드가 더 적합했다.
스콜라리 감독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서 브라질의 통산 5번째 월드컵 우승을 이끈 명장이다. 하지만 이날 그가 보여준 선수 기용은 마라카낭의 비극을 재현할 수밖에 없었던 최악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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