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홍명보, 명분도 실리도 놓친 축구협회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7.10 10: 49

결국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자진사퇴였다. 끝까지 홍 감독을 품고 가려던 대한축구협회는 그렇게 명분도, 실리도 놓치고 말았다.
홍 감독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거취를 밝혔다. 홍 감독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국가대표 생활을 해왔다. 부족한 저에게 많은 격려를 해주셨지만 오늘로 감독직을 사퇴하겠다. 앞으로 발전된 사람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요지는 월드컵 실패의 책임을 지고 A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겠다는 '자진사퇴' 발표였다.
불과 일주일전 대한축구협회는 홍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발표, 원래 임기였던 2015년 1월 아시안컵까지 홍 감독 체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직접 나서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태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홍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야기하며 홍 감독의 유임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협회의 대책없는 재신임 결정은 논란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불을 붙였다. 책임도 반성도, 심지어 논리도 없는 대한축구협회의 '눈 가리고 아웅'식 행정이 반발을 더 키운 셈이다. 명확한 대안의 마련 없이 무턱대고 "믿고 지지하겠다"는 허울뿐인 사과에 국민의 마음은 더욱 싸늘하게 식어갔다.
싸늘해진 여론 속에 홍 감독만 더 힘들어졌다. 책임지는 이 하나 없는 가운데 대표팀의 수장인 홍 감독에게 모든 화살이 돌아갔다. 비난은 더욱 거세졌고, '월드컵 훈련 기간 땅을 보러 다녔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사생활까지 도마에 올랐다. 선수 홍명보가 쌓아온 모든 명예가 한순간에 짓밟혔다. 성급한 협회의 밀어붙이기식 재신임 결정이 홍 감독에게 더욱 큰 타격을 입힌 셈이다.
결국 홍 감독이 자진사퇴를 선택함으로써 협회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치게 됐다. 확실한 명분 없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감싸기로 국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들었고, 제대로 된 책임과 반성, 논리도 없이 밀어붙인 재신임 결정으로 인해 오히려 홍 감독을 궁지로 밀어붙여 자진사퇴라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다.
16년 만에 1무 2패, 월드컵 본선 무대 무승이라는 최악의 부진을 겪은 월드컵 성적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명백한 결과에도 허울뿐인 사과와 명분 없는 재신임 결정으로 일관한 협회는 홍 감독의 자진사퇴로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불거진 잡음을 무시하고 결과에만 초점을 맞췄던 협회의 단견(短見)이 불러온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협회의 마지막 보루였던 홍 감독이 스스로 감독직을 내려놓으면서, 이제 궁지에 몰린 쪽은 협회가 됐다. 홍 감독을 잃은 협회의 다음 선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대안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던 협회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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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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