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안보겸 인턴기자] 보통 드라마에선 주인공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면 극의 분위기가 굉장히 우울해진다. 또 주인공을 비롯한 그의 주변 인물들은 이에 대해 분노하고, 슬퍼한다. 더욱이 일면식도 없던 사람과의 원나잇 스탠드로 임신한 경우라면 어느 누가 그것을 환영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드라마. 정말 독특하다. 주인공이 원치 않은 임신을, 그것도 원나잇 스탠드로 임신을 했는데 극의 분위기가 밝아졌으면 밝아졌지 전혀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주인공들이 '폭풍 로맨스'를 향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장나라가 장혁과의 원나잇 스탠드로 임신한 사실이 가족을 비롯한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나가 앞으로 두 주인공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전될 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극의 초반에는 여느 드라마처럼 주인공의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절망과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미영(장나라 분)은 마카오에 다녀온 뒤 예정일이 지났음에도 월경을 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걱정하며 임신을 의심했다. 그는 성당에 찾아가 가짜 신부 다니엘(최진혁 분)에게 "임신한 것 같다. 아닐지도 모르지만 맞을 거다"고 고해성사 했다. 이어 그는 "무섭다. 아기 낳을 것도 두렵고 그렇다고 안 낳는다고 생각하면 슬프다"고 털어놔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다.
이후 미영은 임신테스트기를 이용해 자신의 임신사실을 확인했고, 임신사실을 숨긴 채 엄마(송옥숙 분)를 보러 고향인 여울도에 내려갔다. 하지만 임신사실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다 들켰고, 집안은 발칵 뒤집어졌다. 미영의 가족들은 미영에게 “누가 애아빠냐”며 다그쳤고, 미영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 한 채 우물쭈물 했다.
그러나 이건(장혁 분)과 그의 가족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극의 분위기는 반전됐다. 미영이 가족들에게 시달리고 있던 그 시간, 이건 역시 사업적 문제로 여울도에 머물고 있었다. 섬사람들과 바다를 거닐던 중 미영의 엄마와 이건은 마주쳤고, 이건과 미영의 원나잇 스탠드 사실을 알고 있던 미영의 형부 최 씨(임형준 분)는 이건을 가리키며 “아이 아빠다”라고 폭로했다.
이에 분노한 미영의 엄마는 이건의 멱살을 잡으며 “어떻게 할 거냐”며 그를 다그쳤고, 이건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건이 미영의 임신사실을 알게되는 순간은 심각하다기 보다는 황당하고 유쾌하게 묘사돼 웃음을 자아냈다. 이와중에 이건의 집에서 전화가 걸려왔고, 미영의 엄마는 이건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낚아채 이건의 할머니, 왕회장(박원숙 분)에게 이 사실을 밝힌다.
이 순간부터 극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불케 했다. 전화를 받은 왕회장(박원숙 분)은 "딸 뱃속에 있는 애가 내 손주 애가 확실하나. 우리 가문의 주특기가 책임 지는 거다. 당장 내려가겠다“고 쌍수를 들고 반겼다. 이건은 대대손손 30대에 절명하는 집안의 내력으로 인해 후세를 잇는 것이 절대적 소명이 된 집안의 장손이었기 때문에 왕회장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임신사실' 자체에 그토록 기뻐했던 것.
임신사실에 기뻐하는 왕회장의 등장은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원하든 원치않든 '임신'을 매개로 급속하게 진전될 것임을 예고했다. 두 사람이 '임신'을 계기로 허울뿐인 어색한 사이가 될지 혹은 전례없던 속성 로맨스를 달성하여 '선 임신, 후 로맨스' 커플의 정석을 보여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장나라와 장혁의 12년 만의 재회로 관심을 모은 '운널사'는 대만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으로, 모르는 남자와 우연한 하룻밤으로 임신까지 이르게 된 한 여자와 대대손손 30대에 절명하는 집안의 내력으로 인해 후세를 잇는 것이 절대적 소명이 된 한 남자의 예기치 않은 사랑 이야기다.
bokkyum1402@osen.co.kr
‘운명처럼 널 사랑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