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했던 연장전이었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 LG가 양상문 감독 부임 후 세 차례 연장전서 모두 승리, 연장필패에서 연장필승의 반전을 이루고 있다.
LG는 9일 잠실 두산전서 정의윤의 연장 끝내기 안타로 승리했다. LG는 10회말 3번 박용택 타순부터 공격이 시작, 박용택의 중전안타와 스나이더의 2루타로 무사 2, 3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이진영이 고의4구로 출루해 무사만루가 됐고, 대타 정의윤이 중전안타를 터뜨려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승리다. 6연승 질주 이후 연패를 ‘2’에서 끊었고, 전날 22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진 마운드도 선발투수 우규민을 중심으로 다시 일어나 2점 만 내줬다. 무엇보다 최근 세 번의 연장전을 모두 승리, 그것도 홈에서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띄웠다. 연장전이 곧 ‘불펜 소모-패배’였던 공식과 작별하고 있다.

LG가 시즌 초 깊은 부진에 빠졌던 원인은 쉬지않고 반복된 연장전이었다. 4월 8일 사직 롯데전서 12회 끝에 무승부를 했으나, 이틀 후 다시 연장에 들어갔고 10회말 히메네스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패배가 연장 6연패의 시작이 됐다. 특히 4월 13일 잠실 NC전 연장전 패, 4월 15일 잠실 넥센전 연장전 패는 LG를 최하위로 몰아넣었다.
위닝시리즈로 반등을 노렸던 4월 19일 한화와 올 시즌 두 번째 경기도 연장전 끝에 패했다. 그리고 다음날 경기도 놓치며 루징시리즈, 반전은 저 먼 곳으로 날아갔다. 4월 23일 대구서 김기태 감독의 충격적인 자진사퇴 발표 후 다음날에도 LG는 연장전서 고개를 숙였다. 5월 7일 잠실 한화전 연장 패는 전날 이병규(9번)의 2000안타 달성으로 고취되어 있던 분위기를 꺾어버렸다.
그런데 5월 13일 양상문 체제가 시작된 후 완전히 바뀌었다. 불펜진이 강해졌고, 타자들의 집중력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양 감독 부임 이전 LG 불펜은 평균자책점 5.19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양 감독 부임 후 불펜 평균자책점이 4.29로 뚝 떨어졌다. 득점권 타율도 마찬가지다. 양 감독이 부임하고 김무관 타격코치가 1군에 올라오기 전에는 2할5푼6리, 이후에는 3할1푼7리다. 이렇게 기록만 놓고 봐도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연장필패에서 연장필승의 대반전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연장전 3연승에도 올 시즌 총 10번의 연장전서 3승 1무 6패, 5할을 찍으려면 3연승을 더해야 한다. 그래도 연장전을 이기면서 승수가 쌓이고, 희망도 커지고 있다. 최하위에서 벗어난 뒤 6위 KIA를 2.5경기 차이로 추격했다. 두 번이나 연장서 끝내기 안타를 친 오지환은 “무조건 주자를 불러들인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중무장했다. 이번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정의윤도 “무조건 외야로 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강한 다짐을 보였다.
양 감독 역시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선수들의 향상된 정신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제 양 감독은 물론, LG 선수들에게도 연장전은 결코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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