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38, 두산 베어스)는 1군에서 기회를 얻고 싶어 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9일에는 한 매체를 통해 두산에서 자신을 쓰지 않을 것이라면 풀어달라고 요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동주가 다른 팀에서 뛸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다. 트레이드 혹은 웨이버 공시다. 이 중 트레이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두산이 김동주를 트레이드하겠다고 결정해도 실제로 트레이드를 하기는 쉽지 않다. 리그 상황도 문제고, 무엇보다 과거의 김동주가 아니라는 것이 크다.
우선 리그의 타고투저 흐름이 김동주가 바라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모 구단 단장은 “모든 팀이 투수를 데려오려고 하지만, 투수를 내줄 팀은 어디에도 없다”며 이번 시즌 중에 트레이드를 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두산 역시 마찬가지다. 투수를 얻어야 하는데, 지금의 김동주를 받으면서 투수를 선뜻 내어놓을 팀이 있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트레이드가 어려운 또 한 가지 원인은 김동주의 트레이드 가치다. 이번 일이 있기 전에도 김동주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김동주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만 머물러 있었다. 김태룡 단장은 올해 김동주 트레이드를 문의해온 팀이 있었냐는 질문에 “한 팀도 없었다”고 답했다.
일부 팬들을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아직 전력이 갖춰지지 않은 kt로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그건 김동주 본인도 반기지 않을 이야기다. 김동주가 폭탄선언을 하는 방법을 선택한 이유도 7월 31일 이전에 어떻게든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함일 것으로 관측되는데, kt행은 이에 역행하는 일이다.
차라리 어디도 가지 못한 채 두산에 남는다면 엔트리가 확장되는 9월에라도 1군에 콜업될 수 있는 일말의 여지라도 남지만, kt로 가면 이번 시즌은 1군에 올라오지 못한다. 현 시점에서 김동주에게 kt란 시즌 종료 이전에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는 팀이다. 물론 kt 역시 김동주 트레이드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면 웨이버 공시가 있다. 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목적의 웨이버 공시는 구단과 관계가 원만해야 가능한 일이다. 구단이 선수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므로 아무 조건 없이 김동주를 웨이버 공시하기도 두산 입장에서는 어렵다.
발언의 시점을 생각하면 두산이 김동주를 조건 없이 웨이버로 풀어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상위권에 있던 팀이 5위로 내려왔고, 최근에는 이용찬의 도핑 테스트 건으로 팀에 악재가 꼈다. 하지만 김동주는 이러한 상황에 개인적인 요구만 앞세우고 있다. 김동주의 요구는 ‘내가 있고 싶은 자리에 나를 쓰지 않을 것이라면 다른 곳에 보내달라’는 것과 같다. 자신도 합의한 계약에 의해 몸담고 있는 선수로서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웨이버 공시를 할 경우 두산은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기는 하지만, 파문을 일으킨 선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웨이버 공시를 해줘야 할 당위성은 없다. 보류선수 명단 제외를 통한 자유로운 이적은 시즌이 끝난 뒤에나 가능하다.
다시 말해 현실적으로 김동주가 다른 팀으로 가기 힘든 이유는 3가지다. 두산은 투수가 필요하지만 김동주를 받으면서 투수를 내줄 구단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그게 아니라 해도 김동주를 데려가려 하는 구단이 없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구단의 의사결정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조건 없이 김동주를 웨이버 공시하기는 힘들다. 이것이 김동주의 이적이 여의치 않은 세 번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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