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완벽한 첫 선발 출장이었다. LG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32)가 9일 잠실 두산전서 4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공수 모두에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시작은 수비였다. 처음부터 광활한 잠실구장 외야 한 가운데를 맡는다는 게 부담이 될 법도 했다. 하지만 스나이더는 가뿐하게 중견수를 소화했다. 1회초부터 김현수의 좌중간을 향하는 타구를 처리했다. 타격음과 동시에 스타트를 끊으며 잘 맞은 타구를 쉽게 잡아냈다. 하이라이트는 6회초 2사 2루서 오재일의 안타를 훔친 장면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빠르게 스타트를 끊으며 자신의 앞에 떨어질 법한 타구를 슬라이딩으로 처리했다. 마운드서 바라보던 투수 우규민이 저절로 환호할 수밖에 없게 만든 ‘슈퍼 세이브’였다.
타격도 영양가 만점이었다. 6회말 무사 1, 3루 찬스에서 2점차를 만드는 희생플라이를 쳤다. 니퍼트의 체인지업에 타이밍이 맞지 않았으나, 끝까지 스윙을 가져가 좌측에 큰 타구를 날렸다. 연장 10회말 무사 1루에선 정재훈의 낮게 제구된 공을 가운데 펜스를 향하는 2루타로 연결시켰다. 이 한 방으로 LG는 무사 2, 3루 찬스를 잡았고 정의윤의 끝내기타로 경기를 가져갔다.

물론 겨우 일곱 타석, 수비에선 여섯 번 정도 타구가 온 게 전부다. 선수 한 명을 평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스나이더가 프로 입단 후 12년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LG 팀 전력을 생각하면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일단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수비다. 스나이더는 외야 세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30경기에선 주로 코너 외야를 맡았으나 마이너리그에선 우익수로 626경기, 중견수로 355경기 좌익수로 73경기 출장했다. 마이너리거 시절 성장 리포트를 보면 수비 범위가 넓고 강한 어깨를 지니고 있어, 일찍이 수비에선 메이저리거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 송구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으나, 실제로 정확하고 강한 송구를 뿌린다면 LG 외야진의 수비력은 급격히 올라간다.
냉정히 놓고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LG 외야진은 잠실구장과 어울리지 않았다. 올 시즌 이병규(7번)가 팀의 주축으로 올라서며 외야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나, 어쨌든 드넓은 잠실구장 외야는 LG 외야수들에게 커다란 벽이 됐다. LG 외야진에는 강견이 적고, 수비 범위가 특별히 넓은 외야수도 많지 않다. 때문에 LG와 상대하는 팀들은 타구만 외야로 보내면 적극적으로 한 베이스를 더 점령했다. 단타가 2루타, 2루타가 3루타가 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이를 보살로 저지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스나이더가 중견수로 보여준 수비 범위에 송구 능력까지 발휘해주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스나이더는 9일 경기 후 “외야 세 자리 중 어디를 봐도 문제는 없다. 지난해에는 중견수로 많이 뛰었고, 올해는 우익수를 주로 봤다. 잠실구장이 넓기는 한 데 보통 중견수를 보면서 힘들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어깨도 자신 있다. 송구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온다면 보살을 보여주겠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타격에선 합류전 메커니즘부터 코칭스태프에 합격점을 받았다. 메커니즘이 좋다고 해도, 아직 실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얼마 없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그래도 영입 전 메커니즘을 놓고 코칭스태프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조쉬 벨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일단 스나이더의 스윙은 벨의 스윙과 스타일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벨처럼 중심 이동형이 아닌 회전형이며, 뒷스윙이 짧고 배트스피드가 빠르다. 앞으로 쏠리곤 했던 벨과 달리 스윙시 중심도 항상 가운데에 있다.
스나이더 메커니즘의 장점은 3회말 니퍼트의 체인지업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패스트볼 타이밍으로 배트가 나왔지만, 타구를 외야로 보냈다. 배트스피드가 빠르고 뒷스윙도 짧기 때문에 상대투수의 공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몸도 앞으로 쏠리지 않았고 중심이 가운데에 남아있어 땅볼이 아닌, 외야로 향하는 타구를 만들었다. 벨이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곤 했던 것을 돌아보면, 둘의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김무관 타격 코치는 스나이더의 앞으로 활약에 대해 “약점이 노출되기 전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좌측으로도 좋은 타구를 날릴 줄 알더라. 다양한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는 만큼, 상대 수비 시프트는 없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덧붙여 “주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만들어내는 스윙을 한다. 타격 연습에서는 잠실구장임에도 라인드라이브로 가운데 백스톱과 우중간 관중석 상단을 때렸다. 잠실구장에선 펜스 맞는 안타를, 타구장에선 홈런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LG는 팀 타율(2할7푼8리) 최하위, 팀 장타율(.396)도 유일하게 .400을 넘지 못한다. 타율이 낮고 장타가 적은 만큼, 자연스레 작전과 도루에 의존하게 됐다. 그러나 스나이더가 클린업에서 장타 본능을 발휘해 준다면, 순식간에 타선 전체의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 LG에는 장타력은 부족해도 정확한 컨택능력과 노림수에 뛰어난 타자들이 많다. LG 타자들과 스나이더가 조화를 이룬다면, LG 타선의 무게도 급상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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