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판독, 심판은 편해지고 감독만 복잡해졌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7.10 05: 59

프로야구가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 도입한다. 시대적 흐름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졌고, 방송사 카메라에 의존한 '한국형' 비디오 판독이 후반기에 시작된다.
현장에서는 비디오 판독으로 인해 머리가 더욱 복잡해졌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심판들은 편해지고, 현장 감독·코치들은 어려워졌다"고 걱정했다. 심판들의 경우 비디오 판독으로 판정 번복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지만, 감독·코치들은 비디오 판독 요청에 있어서도 머리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챌린지'는 KBO에서 2회를 할 수 있도록 정했다. 올해부터 비디오 판독을 확대한 메이저리그처럼 최대 2회로 제한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는 올해 비디오 판독 도입 이후 팀별로 챌린지 성공 횟수와 성공률을 집계하기도 한다. 이른바 챌린지 성공률로 감독들의 판단이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곤 한다. 감독들을 평가하는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챌린지 성공률'이 등장해 만만치 않은 부담이 생겼다.

문제는 첫 번째 챌린지에서 판정이 번복되지 않을 경우 두 번째 기회는 자동으로 사라진다. 가령 경기 초반 챌린지가 실패하면 중후반 승부처에 오심이 나와도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챌린지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감독들의 순간 판단력이 중요해졌다. 경기에만 신경 써도 머리 아플 감독들에게 고민거리를 하나 더 주게 된 것이다. 오심으로 인한 피해가 줄어드는 만큼 부담을 안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베이스를 타고 넘어가는 페어-파울 타구를 비디오로 잡아내기란 쉽지 않다. 어느 각도에서 찍느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며 비디오 판독의 맹점을 지적한 뒤 "베이스코치들과 선수들의 액션도 커져야 한다. 그래야 감독이 판독을 요청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애매한 판정이 나올 경우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베이스코치들과 선수 당사자들이 확실하게 잘 안다. 류 감독은 "감독이 멀리서 보는 것보다는 코치들과 선수들이 제대로 알 수 있다. 판정이 나온 후 10초 이내로 요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액션을 크게 해줘야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 애매한 건 10초 이내로 챌린지를 하러 나갔다가 그냥 돌아오는 경우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감독이 챌린지를 하러 나가다 벤치의 사인을 받아 챌린지를 하지 않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홈경기에서는 영상 분석실이 있어서 벤치의 사인을 받을 수 있겠지만, 원정경기에 가면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변수에서 대처하는 감독들의 능력도 곧 시험대에 오른다.
류 감독은 "감독들 뿐만 아니라 방송사들도 정말 골치 아파졌다. 애매한 판정을 카메라로 제대로 못 잡으면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을 것"이라며 "정말 심판들만 편해졌다"고 푸념했다. 비디오 판독 도입으로 감독들이 해야 할 일과 책임이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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