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 축구협회, 여전한 '자충수'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7.10 13: 01

'자충수'라고 풀이할 수밖에 없다. '자산'이라면서 스스로 깎아 내렸다.
결국 홍명보 감독이 사퇴했다. 홍 감독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신임을 받았던 축구 대표팀 감독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 축구협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은 여론악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감독직을 내놓았다.
홍 감독은 애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축구협회에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2일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4시간에 걸친 면담 끝에 남은 계약기간(2015년 6월) 감독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무분별하게 쏟아진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벨기에전을 마치고 사퇴의사를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의 뜻은 물거품이 됐다.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간곡한 만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의미없는 만류로 인해 문제는 더욱 커지고 말았다. 허정무 부회장은 지난 3일 홍명보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밝히면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그저 "한국 축구의 자산", "시간이 없었다"라는 어설픈 이유가 주였다.
축구협회를 대신해 기자회견을 실시한 허정무 부회장은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기자회견 말미에는 본 내용과 상관없는 유소년 축구 이야기를 꺼내면서 본질을 흐렸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허 부회장은 "개개인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나도 단장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진다. 잘 준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확하게 누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해결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허 부회장의 발언에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허정무 부회장도 사퇴를 전했다. 이어진 것은 정몽규 회장의 사과였다.
정몽규 회장은 "브라질 월드컵 성적 부진에 이은 여러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월드컵서 성적 부진에 대해 깊게 통감한다. 홍명보 감독과 코칭 스태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문제를 바탕으로 축구협회는 더욱 큰 도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쏟아진 많은 질타를 겸허하게 수용하겠다. 후임 감독을 조속히 선임하겠다. 또 개선책을 빠르게 마련하겠다. 축구협회는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쇄신하겠다. 비록 실망하셨겠지만 끊임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짧게 설명했다.
정 회장과 축구협회 이사진은 '대국민 사과'를 마친 뒤 함께 고개 숙여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했다. 현 상황을 면피하겠다는 의지로 밖에 풀이 되지 않는 기자회견이었다. 결국 한국 축구의 자산을 스스로 무너트리고 가치까지 깎아내리는 자충수를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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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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