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는 이제 감히 최고 수준의 유격수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지난 8일 대구 롯데전을 마친 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주전 유격수 김상수(24)를 향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김상수는 실책 1개를 기록했지만 폭넓은 수비로 롯데 공격의 맥을 수차례 끊었다. 날카로운 타격과 빠른 발까지 공수주 삼박자를 두루 갖춘 리그 최정상급 유격수로 확실히 발돋움했다.
2010년부터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은 김상수이지만 올해는 여러모로 성장세가 눈에 띈다. 72경기 모두 나와 타율 2할9푼8리 71안타 3홈런 39타점 44득점 32도루를 기록 중이다. 도루 공동 1위에 랭크돼 있는 그는 실책도 7개에 불과하다. 실책 숫자에서 나타나지 않는 호수비 퍼레이드는 수치로 가늠할 수 없다.

현역 시절 당대 최고 유격수 계보를 이어갔던 류중일 감독의 칭찬은 그래서 더 설득력있다. 류 감독의 칭찬을 전해들은 김상수는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기분은 좋다. 우리팀 감독님이시니까 더 좋게 평가해주신 듯하다"며 "칭찬은 감사하지만 아직 내 실력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수가 최고로 보는 유격수는 역시 넥센 강정호. 김상수는 "우리나라에 좋은 유격수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정호형이 가장 잘 한다. 방망이도 그렇고 수비에서도 최고"라며 "나와 스타일이 다르다고 하지만, 나도 정호형을 따라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따라잡기 어렵더라도 배운다는 생각으로 한다. 정호형에게 많이 안 뒤지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상수와 강정호는 같은 유격수이지만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김상수는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의 빈틈을 노리며 끊임없이 뒤흔드는 스타일이라면 강정호는 웬만한 거포들을 능가하는 일발 장타력으로 긴장감을 준다. 강정호가 워낙 독보적인 존재감을 떨치고 있지만 또 다른 스타일로 활력을 불어넣는 김상수의 가치도 크게 빛난다.
특히 김상수의 수비는 지난해보다 진일보했다. 그는 "작년까지는 송구실책이 많았다. 나도 모르게 급한 부분이 있었다. 올해는 송구 자세를 여유있게 가져가려 했다. 송구할 때 공 잡는 그립도 안정적으로 가져갔다"며 "송구 실책이 줄어드니 포구 실책이 늘었다.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타격까지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시즌 타율이 2할9푼8리로 첫 3할 타율 진입 가능성을 높였다. 김상수는 "최근 감이 안 좋았다. 스윙할 때 손을 너무 빨리 덮는 게 문제였다"며 "김한수 타격코치님과 특타를 통해 밀어치는 동작에 중심을 두고 하체 밸런스를 잡는데 집중했다. 특타를 하며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3할 타율에 대한 욕심도 더욱 커진다. 지난해 2할9푼8리의 타율에서 시즌 막판 손가락 골절상을 입고 아웃돼 아쉽게 3할에 실패했다. 작년에 못 다 이룬 3할, 올해는 꼭 해내겠다는 의지다. 김상수는 "3할과 2할9푼9리는 1리 차이라도 크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아깝게 3할을 못 쳐서 3할에 대한 마음이 더 드는 것 같다. 올해는 3할 타율을 꼭 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3할 유격수가 된다면 안 그래도 빛나는 김상수의 가치는 찬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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