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홍명보 감독, 뒷맛 개운치 않은 이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10 11: 03

홍명보 감독(45)이 축구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다. 1무 2패로 끝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처참한 실패로 홍 감독의 사퇴는 예정된 수순으로 보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만 성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유임을 결정해 화를 자초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일 홍명보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태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홍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며 “홍명보 감독은 한국축구의 재산”이라고 밝혔다. 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홍명보 감독만 감싸는 모양새로 비춰지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대안이 없다”면서 스스로의 무능함을 인정했다. 홍명보 감독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B’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장기적 발전계획이 없는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었다.
유임발표에도 불구, 여론과 민심은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 이에 월드컵 성적과 무관한 ‘땅 투기 의혹’ 등 홍명보 감독의 사생활까지 파헤쳐지고 지탄을 받기에 이르렀다. 홍명보 감독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의미다. 아무리 지도능력이 뛰어난 감독이라도 국민이 인정하지 않으면 국가대표팀을 맡을 수는 없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선발과 기용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출장시간을 거의 얻지 못한 일부 해외파들이 베스트11로 중용됐다. 마찬가지로 사임을 원했던 홍명보 감독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만류에 유임을 결정했었다. 잘못한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높으신 분이 자기 사람만 챙기는 행태에 국민들은 분노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을 통해 한국사회 고질적 병폐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이에 국민들이 공분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두 번이나 민심을 읽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의 사퇴는 늦어도 매우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가 책임을 통감하고 잘못을 인정한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홍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 탈락 후 바로 사퇴를 했더라면 모양새가 더 나았을 것이다. 필요 이상의 감정싸움과 상처는 없었을 것이다. 뒤늦은 홍 감독의 사퇴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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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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