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예견된' 자진사퇴, 길 잃은 '주먹구구식' 축구협회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4.07.10 10: 45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결국 자진사퇴했다. 주먹구구식 뒷짐 행정의 끝을 보여줬던 대한축구협회는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게 됐다.
홍 감독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거취를 밝혔다. 골자는 2014 브라질 월드컵 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A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것이었다. 더불어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역시 사퇴했다.
당초 홍 감독은 유임을 선언했다. 정확히 말하면 홍 감독은 월드컵에서 실패한 뒤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한축구협회가 막았다. 몇 차례 유임을 권유했고, 홍 감독이 이를 받아들였다.

불과 일주일 전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홍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발표하며 기존 임기인 2015년 1월 아시안컵까지 홍명보호 체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직접 나섰는데 모양새로 보나 결과로 보나 좋지 않았다.
당시 허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태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홍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결정했다"며 홍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책임론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도 홍 감독도 누구도 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
비난 여론은 좀체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웃나라 일본을 보더라도, 세계 각국을 보더라도 월드컵에 실패한 감독들과 협회들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졌다. 그러나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180도 달랐다. 비난 여론이 들끓는 건 당연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홍 감독이 월드컵 훈련 기간 땅을 보러 다녔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비난의 수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협회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홍 감독의 자진사퇴를 불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초 홍 감독의 자진사퇴를 막은 것은 협회였다. 홍 감독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협회가 져야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았다.
홍 감독은 한국 축구가 낳은 전설이다. 1990 이탈리아 대회 때부터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까지 4회 연속 꿈의 무대를 밟았다. 레전드는 그렇게 24년 만의 '국가대표'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사생활까지 드러나는 등 수위 높은 비난을 이겨내기엔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홍 감독의 자진사퇴는 어찌 보면 곧 터질 시한폭탄이었다. 협회의 주먹구구식 뒷짐 행정이 자승자박을 만든 꼴이 됐다. '대안이 없다'던 협회는 당장 A대표팀 사령탑을 잃으면서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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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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