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너먼트에만 오면 유독 작아지는 로빈 반 페르시(31, 네덜란드)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지독한 토너먼트의 악몽이다.
네덜란드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간 혈투 끝에 졌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오는 13일 브라질과 3.4위전을 치른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그리고 아르연 로벤(네덜란드)의 ‘에이스 대결’로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자연히 두 선수를 사력을 다해 봉쇄할 것이 예상되는 경기이기도 했다. 실제 메시와 로벤은 이날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적인 견제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풀어줘야 했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기대가 몰린 선수는 단연 반 페르시였다.

경기 전 복통 증세가 있어 우려를 모으기도 했지만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반 페르시는 로벤과 함께 최전방에 포진했다. 그러나 몸 상태가 좋지 못해서일까. 전반적인 활약상은 저조했다. 애당초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은 경기이기는 했지만 전방에서의 몸놀림 자체가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반 페르시의 부진 속에 네덜란드는 90분 내내 단 한 차례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결국 반 페르시는 연장 전반 5분 훈텔라르와 교체돼 그라운드 바깥으로 나왔다. 이로써 반 페르시의 월드컵 토너먼트 악몽도 계속됐다. 반 페르시는 조별리그에서는 항상 좋은 활약을 해왔다. 이번 대회까지 조별리그 8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22개의 슈팅을 때려 비교적 높은 적중률을 보여줬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토너먼트에 오면 작아졌다. 이날 경기까지 조별리그 경기수와 똑같은 8차례의 토너먼트를 소화한 반 페르시는 총 18번의 슈팅에서 단 1골도 터뜨리지 못했다. 결국 반 페르시는 승부차기에서도 보탬이 될 수 없었고 네덜란드의 사상 첫 월드컵 우승 꿈도 날아갔다.
skullboy@osen.co.kr
ⓒ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