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퇴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 성적에 대한 책임이라기 보다는 경기 외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대한축구협회의 반려로 재신임이 결정됐던 홍명보 감독이 결국에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의 부진 속에서도 대표팀 감독직을 지키는 것처럼 보였던 홍명보 감독은 결국 사퇴를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사퇴를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아시안컵이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홍명보 감독이 계약기간을 지켜 계속해서 지휘봉을 잡길 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바탕으로 한층 성장된 모습을 보이길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홍명보 감독의 사생활에 대한 부분이다.

최근 한 매체는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준비 기간에 토지를 매입한 사실을 보도했다. 월드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토지 매입이지만, 이미 싸늘한 시선으로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던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경기 외적인 요소, 즉 사생활에 대한 부분에서는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토지 매입 시기로 알려진 당일 홍명보 감독이 외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비난하는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사퇴 이유로 사생활과 관련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생활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그 사실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에 있어 경기 외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의 부진이라는 사항으로 홍명보 감독이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그를 옥죄인 것은 사생활과 관련한 비판이다. 결국 사생활적인 부분에 대한 압박감이 홍명보 감독의 사퇴를 이끌어 낸 셈이다.
홍명보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을 이끈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물론 전설이라고 하더라도 대표팀 감독이 된 만큼 성적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책임은 어디까지나 대표팀의 성적에 대한 책임이어야만 한다. 성적에 대한 책임은 홍명보 감독 스스로도 납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번 상황처럼 경기 외적인 요소에 대한 것은 다르다. 그저 한국 축구의 전설이 경기가 아닌 경기 외적인 요소에 무너졌다는 느낌이 강할 뿐이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