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괴담, 한혜린의 악역은 뭔가 다르다[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7.10 11: 17

MBC 드라마 '기황후'에서 순하디 순한 박 씨 역을 맡아 단아한 매력을 뽐냈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배우 한혜린이 독하디 독한 일진 여고생의 모습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자신이 타깃으로 정해놓은 학생을 지독하리만치 괴롭히고 이를 막으려 하는 학생에겐 그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 뺨을 때리는, 영화 '소녀괴담'의 일진 현지다.
그런데 한혜린은 현지가 단순한 악역이 아니란다. 남을 괴롭히고 못된 짓을 골라하는 면에선 악역이 분명하지만, 현지의 속 안을 들여다보면 그 행동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현지의 여러 행동들이 타당성 있게 느껴지게끔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최근 OSEN 사옥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현지의 캐릭터 속 숨어있는 사연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단편적으로, 임의적으로 봤을때 악역 연기죠. 악역 캐릭터고요. 하지만 그 악역이 작위적으로, 단편적으로 보여지는게 싫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 그럴 수 있어'라고 타당성을 갖게끔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단순한 장면들도 단순하게 넘기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감정선을 끊기지 않게 가려고 했죠. 감독님과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이 아이는 외적인 모습이 일진이지만 이 아이의 성장배경이나 심리 상태 등을 생각해서 인물의 깊이에 집중하다보니 설득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죠. 현지는 학교 짱이야, 이렇게 생각 안했어요. 내적인 소용돌이가 크기 때문에 이 아이는 외적으로 발랄함이 없어요. 차갑고 무겁죠. 멜로도 없고요. 오히려 뜨거운 감정은 타깃, 세희한테 있죠."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하지만, 이유 있는 악역이라곤 하지만 누군가를 괴롭히는 장면을 촬영하기란 쉽지 않았을터. 폭력 장면을 촬영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냐 물으니 사고가 나지 않게 주의할 뿐, 꼭 필요한 장면이었기에 그리 힘든 점은 없었다 했다.
 
"괴롭히는 장면을 단편적으로 본 게 아니라 현지 캐릭터의 성격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장면이니까 힘든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찍을 때 사고는 안 날까 주의는 했지만 그 장면을 따로 떨어뜨려서 본 적 없었고 감정선이 중요한 신이여서 잘 촬영했던 것 같아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혜린은 배우 한혜린이 아닌, 마치 '소녀괴담'의 현지 같았다. 현지에 빙의돼 있는 듯한 한혜린이 문득 걱정되기 시작한 건, 그 우울한 캐릭터에 빠져나오지 못했을까봐.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지 않았나 안쓰러운 마음에 말을 꺼내니 안그래도 힘들었단다. 그래서 감정 조절을 많이 했다고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했다.
"우울한게 있었죠. 그래서 노력했어요. 사회에 나왔을 땐 그 감정이 조절을 많이 했어요. 촬영할 땐 아무래도 캐릭터를 따라가니까 힘들었죠. 감정기복도 있었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예민해지기도 했고요. 끝나면 노력을 해서 빠져나오려고 했어요. 노하우요? 제 관심사를 돌려요. 밝은 생각을 하고 밝은 노래를 듣기도 하고요(웃음)."
'소녀괴담'은 개봉 이후 대작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한국 공포영화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소녀괴담'에 대해 한혜린은 오픈 마인드로 봐주십사하는 바람을 전했다. 비판은 수용할 준비도 돼 있단다. 편견 없이만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생긋 웃어보였다.
"솔직하게 바람까지는 없고 애정을 가지고 좋게 평가해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비판은 수용할 준비도 돼 있고요. 대신 너무 편견을 가지고 않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개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틀이나 기대치들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조금씩은 오픈 마인드로 봐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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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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