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루수 정근우(33)가 오른손에 미트를 끼었다. 오른손잡이라면 왼손에 글러브가 있는 게 정상이지만 반대였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정근우는 지난 19일 수비 훈련에서 오른손에 미트를 끼고 훈련을 받았다. 장갑을 착용하기 전 정근우의 왼손 중지는 빨간색 테이프로 둘러져 있었다. 한화 고치 스프링캠프 공포의 상징이 된 빨간 테이프는 선수의 몸 상태에 적신호를 알리는 것이다. 배영수와 송은범도 재활 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로 가기 전에 각각 왼쪽 무릎과 오른쪽 종아리에 빨간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정근우의 왼손 중지에 빨간 테이프가 붙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 다행히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 하루가 지나 테이프를 뗐다. 정근우는 "타격 훈련을 하다 손가락에 물집 잡히고 염증이 생겼다. 잘못하면 염증 때문에 손가락에 세균이 들어갈 수 있어 조심했다. 상태가 번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며 "이젠 테이프를 뗐다. 그날 하루만 붙였다"는 말로 혹시 모를 부상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어 그는 "오른손에 미트를 낀 건 수비 훈련을 계속 받기 위해서였다. 공을 잡지 못해도 몸을 좌우로 계속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훈련이 된다. 예전 SK 때도 이런 식으로 훈련을 했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 훈련을 받아온 선수에게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훈련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오른손잡이인 김태완이 훈련 중 손목을 다치자 반대편인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고서 펑고를 받았다. 김성근 감독은 "수비는 발로 하는 것이다"며 훈련을 해도 부상이 악화되지 않는 이상 열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김성근 감독은 지옥훈련 중에도 트레이닝코치들을 통해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철저하게 체크,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정근우 역시 부상이 커지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차원이다. 글러브보다 두꺼운 미트를 끼고 손가락의 통증을 최소화했다.


다만 충분히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라면 어떤 식으로든 예외가 없다. 작은 부상이라면 하루이틀 쉬어가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김성근 감독의 팀에서는 인정되지 않는다. 오른손에 미트를 끼고 펑고를 받는 정근우에게서 한화 캠프의 섬세한 선수관리, 열외를 인정하지 않는 특별함이 엿보인다. waw@osen.co.kr 고치=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