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어플리케이션 진행 중인 ‘비 더 레전드'는 매 경기 안타를 칠 선수를 예상하는 게임이다. 최근 이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선수는 단연 김주찬(33, KIA 타이거즈)이다.
김주찬은 최근 17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선수가 1개의 안타만 때려내도 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게임 유저들에게는 선수가 얼마나 꾸준히 안타를 칠 수 있는 선수인지가 중요하다. 폭발력이나 멀티히트는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김주찬은 폭발력과 꾸준함 모두를 갖췄다. 매 경기 최소 하나씩은 안타를 치고 있고, 멀티히트도 다반사다. 6월부터는 김주찬을 선택하면 안정권이라는 믿음이 최근 이 게임에 참여하는 팬들의 생각 속에 깔려있다. 최종 목표인 40콤보까지 성공시킨 유저들도 김주찬의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47경기 출장에 이어 올해 역시 5월까지 22경기 출장에 그쳐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주찬은 6월부터 최고의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이제 김주찬 없는 KIA는 상상할 수 없다. 김주찬은 이번 시즌 52경기에서 타율 .389, 86안타 7홈런으로 타율, 안타, 홈런 등의 항목에서 커리어 하이 기록을 기대케 하고 있다.
10일 문학 SK전에서는 5차례 타석에 들어서며 규정타석에도 진입했다. 김주찬은 3할9푼6리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원(SK)에 이은 타격 2위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하며 전반기 막판이 되어서야 규정타석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매우 좋은 타격 페이스다. 김주찬 뒤에는 김태균(한화, .375)이 있다.
이 셋은 가장 강력한 타격왕 후보다. 타율이 3할6푼9리인 서건창(넥센), 3할6푼7리인 손아섭(롯데)도 있지만, 타율 3할7푼을 넘기고 있는 선수들은 셋이 전부다. 셋 중에서도 김주찬은 최근 기세가 가장 좋다. 포수 마스크도 쓰는 이재원은 점차 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비교적 수비 부담이 적은 김주찬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타 누적 속도와 타율 상승 추이가 무섭다.
셋을 놓고 시즌 전에 타격왕에 가장 근접할 선수를 꼽으라면 거의 모두가 김태균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김주찬은 폭발적인 타격으로 컨디션이 좋은 기간에 타율을 크게 올려놨다. 풀타임 경험과 체력, 수비 부담 측면에서는 이재원에 앞서고, 기세에서는 김태균에 비해 우위다. 이제는 셋 중에서 김주찬이 가장 유력한 타격왕 후보라는 의견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김주찬에게 약점이 있다면 내구성이다. 소속팀의 선동렬 감독도 “몸이 좀 딱딱한 편이다”라며 김주찬의 부상이 잦은 이유를 설명했다.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하는 김주찬은 11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4번에 불과하다. 이제야 규정타석을 채운 것도 부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변수가 부상이라는 점은 타격 능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부상이라는 돌발변수를 만나지 않는다면 김주찬도 생애 첫 타격왕 등극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4할과 그리 멀지 않은 타율로 전반기를 마감하고 있는 모습은 이러한 예상에 더욱 힘을 싣는다. 김주찬이 신예 이재원, 경험자 김태균 등과 벌일 타격왕 경쟁은 시즌이 마지막으로 갈수록 점차 더 많은 관심을 끌어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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