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4위 탈환 과제, 쉬운 경기 만들기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7.11 10: 24

128경기의 장기 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어느 팀이든 매일 총력전을 하기 힘들다. 중요한 경기도 있지만, 일찍 승부가 갈려 경기 도중 중요성이 극히 작아지는 경기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승패 자체만큼이나 경기 내용이 중요하다. 똑같은 1승이란 없다. 팀이 가진 힘을 총 동원하는 경기도 있는 반면, 어떤 경기에서는 투수 1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도 있다. 후자에 가까운 경기가 많이 나올수록 나머지 경기에서 힘을 집중에서 1승씩 쌓아 나가기 유리하다.
하지만 최근 두산은 쉽게 이기지 못하고, 이기는 경기에서도 많은 투수들을 소모하고 있다. 2승 1패로 끝난 LG와의 잠실 3연전에서도 변진수, 이현승, 정재훈은 3경기 연속 등판했다. 필승조인 이현승과 정재훈이 계속해서 쉬지 않고 공을 던지는 것은 두산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용찬이 없어 정재훈, 이현승이 조금씩 뒤로 이동해 있는 두산 불펜은 지금 연쇄적으로 조금씩 약해져 있다. 가뜩이나 층이 얇아진 불펜이 거의 매 경기 총동원되고 있다 보니 군데군데 균열이 조금씩 발견된다. 필승조를 지탱하는 이현승과 정재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 10일 경기에서 그랬듯 큰 점수 차에서도 쉽게 경기를 끝맺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산은 8회초까지 12-4로 앞섰으나 LG에 쫓겨 가까스로 13-12 승리를 거뒀다. 8회초 마운드에 오른 김강률과 변진수가 극심한 난조를 보인 탓이었다. 김강률이 잘 끊어줬다면 괜찮았겠으나, 그러지 못하면서 이현승과 정재훈이 또 나오는 상황까지 갔다.
때로는 이런 식의 경기를 펼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전개가 자주 나와서는 곤란하다. 전날 경기는 마치 농구 경기에서 15~20점 이상을 앞서 여유 있는 선수기용을 하다가 3~4쿼터에 추격당해 다시 주전 선수들을 코트로 내보내는 그림이었다.
이번 LG와의 3연전에서 거둔 위닝 시리즈가 42일 만에 나온 위닝 시리즈였으니 좀 더 쉽게 승리할 수 있는 설계도가 필요하다는 말은 배부른 투정일지 모른다. 하지만 1승 1승이 어려운 팀은 레이스 자체가 힘들어진다. 각 팀의 전체 승리 중 비교적 쉬운 승리-험난한 승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손쉬운 승리의 비율이 4강을 결정하는 키가 된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핵심이 되는 것은 김강률, 변진수 같은 불펜 투수들의 활약 여부다. 타선이 초반과 중반에 많은 점수를 벌어줬을 때 이들이 실점을 최소화하고 이닝을 소화해줘야만 필승조의 투입을 방지할 수 있다. 이들이 호투해야 타선의 초반 폭발도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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