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부터 프로까지’ 폭력 난무...농구코트 유감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11 07: 19

농구코트가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정재근 연세대 감독은 10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KCC와 함께 하는 2014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고려대와 결승전에서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초유의 사태를 저질렀다.
연장전 종료 2분을 남기고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은 정재근 감독은 코트에 난입해 심판을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어 또 다른 심판에게 다가가 그를 머리로 들이 받았다. 해당심판은 즉각 정재근 감독의 퇴장을 명령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정 감독은 심판에게 “이리 와봐 XX야”라며 폭언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정 감독은 작전시간 중 추격을 허용한 선수들에게도 욕설을 내뱉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지난 시즌 KBL 프로농구 코트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3월 KT와 LG의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전창진 부산 KT 감독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코트에 난입했다. 전 감독은 심판을 몸으로 밀며 폭언을 했다. 또 데이본 제퍼슨과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전 감독은 1경기 출전금지와 제재금 5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언어폭력도 나왔다. 지난 2월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작전시간 중 함지훈에게 “입에 테이프 붙여 XX야”라고 발언했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중계방송 화면에 잡혔다. 당사자들은 문제가 없었다지만 이를 본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도자가 성인선수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결국 유재학 감독은 공개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여자프로농구의 임달식 전 신한은행 감독 역시 지난 3월 정규리그 우승을 다투는 중요 시점에서 치른 경기에서 심판에게 격렬히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당시 심판은 임 감독이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임 감독은 억울함을 호소해 논란이 커졌다. 시즌이 끝난 뒤 임 감독은 계약기간을 남겨두고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사실상 경질됐다. 심판에게 지나치게 항의한 이미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정재근 감독은 현역시절 ‘코트의 저승사자’로 명성을 떨쳤다. 다만 프로에서 아마추어에게 전수해야 할 것은 기량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도자로서 학생선수들에게 품위를 지키고 팬들을 대하는 태도도 가르쳐야 한다.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지도자가 먼저 흥분해 심판을 폭행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이었다. 대한농구협회 징계위원회의 심의결과 중징계가 내려져야 마땅하다.
아마농구에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한 지방고교 농구부 감독이 선수를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선수는 두개골 골절 판정을 받고 입원을 했다. 사건여파로 해당감독이 사임하고, 팀내 스타선수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농구계에서 폭력이 만연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정재근 감독의 경우 공식경기가 생중계 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성을 잃고 행동했다. 더구나 안방에서 개최한 국제경기였다. 따라서 정 감독은 역대 최고수준의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농구인은 “다 잡았던 경기를 역전당해 이성을 잃은 것 같다. 또 상대가 라이벌 고려대라 경질에 대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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