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원의 유구다언] 차기 사령탑에 허정무 감독을 추천합니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7.11 08: 56

홍명보 감독이 퇴진했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24년간의 지도자 포함 대표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2014 월드컵서 1무 2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홍명보 감독이 사퇴하면서 대한축구협회는 새로운 사령탑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장 2015년 1월 아시안컵이 문제다.
하지만 현재 가장 뚜렷하게 내세울 후보가 있다. 바로 홍명보 감독과 함께 동반 사퇴하며 자유인이 된 허정무(59)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다. 허 전 부회장은 대한민국 축구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홍 감독이 갖지 못했던 장점을 보유한 인물이기 때문에 분명 고려해 볼 만하다. 아시안컵까지 허정무 전 부회장이 대표팀을 이끄는 사이 협회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차기 사령탑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정무 전 부회장은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보냈다. 지난 1980년부터 1983년까지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 진출했던 허 전 부회장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1986년까지 현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이후 1991년 포항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허 전 부회장은 K리그 뿐만 아니라 대표팀 경력도 대단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트레이너로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1994년 미국 월드컵에도 코치로 참여했다.

허 전 부회장은 K리그 감독 커리어도 많다. 1993~1995년 포항 감독을 맡았고 1996년 전남 감독에 부임했다. 1997년 K리그 준우승과 FA컵 우승을 이끌어 그 능력을 인정 받아 2000년 올림픽팀 감독에 선발됐다.
물론 평탄하게만 감독생활을 이어간 것은 아니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많은 경험을 했다. 전남으로 돌아간 2006년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최우수 감독에 오르기도 했다. 또 2007년에도 FA컵을 들어 올렸다.
결국 허정무 전 부회장은 2007년 국가대표 감독에 다시 오르며 거스 히딩크 이후 이어진 외국인 감독의 종지부를 찍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을 이끈 허정무 감독의 행보 또한 원만한 것은 아니었다. 천신만고 끝에 최종예선을 통과했다. 본선서는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일궈냈다.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 등 쉽지만은 않은 상대였으나 한국인 사령탑으로서는 유일하게 본선서 승리를 따내는 기록을 남겼다.
1990년을 시작으로 허정무 전 부회장은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여러 차례 맡았다. 또 전남과 포항 그리고 인천 등 프로팀 감독 경험도 많다. 코치까지 더한다면 허정무 전 부회장의 지도자 경력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축구협회는 고민을 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 혹은 국내 감독 중 선택을 해야 하고 그 후에도 다시 폭을 좁혀야 한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에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급하게 음식을 먹으면 체한다. 따라서 감독 선임이라는 중차대한 일이라면 냉정함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 가장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아시안컵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면 가장 어울리는 인물은 허정무 전 부회장이다. 이유는 위에 언급되어 있다. 많은 경력을 가지고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 성과도 일궈냈다. 비록 박지성, 이영표 등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다고 해도 전술을 만들고 팀을 운영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또 부회장으로 협회 행정도 경험했고 브라질 월드컵 단장 역할까지 맡았다. 현역 시절 포함 5차례 월드컵 현장에 임했다. 그렇다면 선수단에 대해 냉철한 판단도 할 수 있다. 결국 현재 가장 적임자는 허정무 전 부회장이라고 지목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났다. 기회를 더 가질 수 있었지만 축구협회의 책임을 모두 짊어지겠다는 의지다. 그렇다면 그저 협회 간부직을 그만두며 소극적으로 책임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는 방법이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을 맡는 것이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협회로서도 굳이 또 계약 기간이 남은 K리그 팀 감독을 빼가 비난이나 원성을 살 일도 없다.
특히 허정무 전 부회장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재신임을 받기도 했다. 본인이 고사하지 않았다면 대표팀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비록 행정부가 교체되기는 했지만 부회장으로 임명됐던 기억을 되살려 본다면 축구협회가 허 전 부회장에 갖는 믿음도 충분하다고 판단해도 무리없다.
세계 축구에도 나이가 많은 감독들은 많다.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감독들 대부분은 60대다. 허 전 부회장의 나이상 감독직을 수행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또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어 협회가 국가대표 감독직을 제의하는 것도 본인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다.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 이후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허정무 전 부회장은 한국 축구가 길러낸 지도자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축구협회와 K리그가 길러낸 지도자다. 위기의 상황서 다시 나서는 것도 한국 축구를 위해 보답하는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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