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70)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홍명보 감독과 허정무 부회장의 동반 사퇴를 두고 대한축구협회에 일침을 가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거취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국가대표 생활을 해왔다. 부족한 저에게 많은 격려를 해주셨지만 오늘로 감독직을 사퇴하겠다. 앞으로 발전된 사람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요지는 월드컵 실패의 책임을 지고 A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나겠다는 '자진사퇴' 발표였다.
이날 홍 감독이 자진사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 역시 "모든 책임은 나와 홍 감독에게 물어달라"며 함께 사퇴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홍 감독의 재신임을 발표한지 불과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이에 김호 전 축구대표팀 감독은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홍 감독과 허 부회장의 사퇴에 대해 "그냥 꼬리 몇 센티 자른 것밖에 더 되겠나"며 "언론 전체가 (정몽규)회장님과 마주 앉아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다뤄야 한다). 지금 프로리그도 다 망했고 다 엉망이 됐는데 이걸 어떻게 할 거냐"라며 대한축구협회에 일침을 가했다.
김 전 감독은 "내가 50년 동안 축구계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매번 성적이 나쁘면 지도부만 바뀌는 이런 것이 옳지 않다는 사실"이라며 "축구협회를 운영하는 데서 좀 더 슬기롭고 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되는데, 지원이나 행정을 잘해야 한다. 협회가 군림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전 감독은 "지도자를 뽑으면 기술위원회에서 충분한 검증을 하고 그에 대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되는데, 홍명보 감독은 국내에서 프로팀의 감독이나 어떤 생활을 많이 하지 않았다. 한국 축구는 선수 생활만 해서 다 보는 건 아니다"라며 "빨리 등용시켜서 잘할 수도 있지만 더 못할 때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행위를 하면 안 됐다"고 홍 감독의 선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현재 대한축구협회를 두고 "한국 축구의 풀뿌리를 다 망가뜨려놓은 사람들"이라며 "오랫동안 관행으로 그래왔다. 바꾸려고 해도 투표권을 그 사람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축구인들이 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 전 감독은 "협회가 지도자나 선수가 좋으면 지원을 해야지 군림을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축구를 50년 했는데 축구협회에 가본 적이 10년에 한 번 갈까 말까다"라며 대한축구협회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감독을 바꾸는 것보다 협회를 바꿔야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펼친 셈이다.
한편 김 전 감독은 사퇴한 홍 감독에게 "좋은 경험을 했으니까 일어나서 재충전해서 자기의 명예를 걸고 한번 국가에 다시 이바지하기를 바란다. 사람은 실패가 없으면 성공을 크게 할 수 없는 법이다. 나도 많은 국내 시합에서 진통을 겪었고, 그러면서 커가는 것"이라며 "(홍 감독은)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왔다. 그게 큰 패인"이라며 후배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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