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목동 NC 다이노스전을 마친 뒤 목동 감독실에 앉아있던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의 얼굴은 환했다.
이날 경기가 6-1 승리로 술술 풀렸기 때문일까. 3위 NC와의 격차를 벌리는 중요한 승리였기 때문일까. 염 감독은 "마음 고생이 심하던 두 명이 해줬다"며 미소지었다. 내야수 박병호(28)와 외야수 이성열(30) 이야기였다.
박병호는 지난 몇 주간 타격감이 하락세였다. 지난해 볼넷 1위를 자랑하던 그답지 않게 삼진이 많아졌고 나쁜 공에도 배트가 따라나갔다. 역대 4번째 기록이라는 3년 연속 30홈런 기록이 11경기 째 나오지 않았다. 지켜보는 감독의 심정은 답답할 법 했다.

염 감독은 그래도 박병호를 빼지 않았다. "전 경기 선발 출장을 노리는 그의 목표를 감독이라고 꺾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청주 3연전을 치르고 온 뒤 염 감독은 박병호를 불렀다. 그리고 그는 339경기 연속 4번 선발 출장 기록을 마감했다.
이성열은 염 감독이 더욱 안타까워 한 선수였다. 올 시즌이 끝나고 그는 FA 요건을 갖춘다. 염 감독으로서는 자신이 품고 있는 선수가 남든 떠나든 좋은 금액을 받게 하고 싶었지만 이성열의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외국인 타자까지 들어온 현실 속에서 이성열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계속 걱정해왔다.
그러던 두 선수가 결국 경기를 풀어줬다. 꼭 이겨야 했던 이 경기에서 2-1로 앞선 6회 2사 2,3루 이성열이 에릭을 상대로 좌월 쐐기 스리런을 쏘아올렸다. 8회 1사에는 박병호가 대타로 나와 만화 같은 홈런을 터뜨리며 결국 30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염 감독은 "내 밑에서, 나를 위해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는 그에 맞는 보상을 꼭 해주고 싶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이날 두 선수의 경기 출장은 염 감독이 그들에게 해준 배려였다. 염 감독의 '아픈 손가락' 둘은 이날 제 역할 이상을 해내며 염 감독을 환히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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