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더 있는 LG 외야, ‘그린라이트를 꺼라’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7.12 06: 15

LG 외야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반대로 상대에게는 적신호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더 이상 상대에게 자동 진루를 허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LG의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32)가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잠실 두산전 대타 출장을 시작으로 3경기를 소화한 스나이더는 2루타 하나를 포함해 9타수 4안타(타율 .444)를 치며 새로운 4번 타자로 급부상 중이다. 물론 표본이 너무 적기 때문에 지금의 타격이 꾸준히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다른 외국인타자들만 살펴봐도, 20경기를 전후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의 전력분석이 마무리될 때, 스나이더의 진짜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수비는 전력분석과 무관하다. 스나이더는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두 경기서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했다. 특히 9일 잠실 두산전에선 안타성 타구 두 개를 처리했다. 유지현 수비코치 또한 “1회 김현수에게 맞은 타구는 좌중간으로 빠졌다고 봤다. 그런데 스나이더가 막바지에 추진력을 얻으면서 그 타구를 잡아내더라”고 말했다.

이어 유 코치는 “스나이더 영입을 결정할 때부터 스나이더를 중견수로 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침 시즌이 중반으로 가면서 기존 외야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체력적으로도 지칠 타이밍이었다. 실제로 (박)용택이와 (이)병규(7번) 모두 부상을 안고 외야에 나가는 중이다. 자연히 시즌 초반보다는 수비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야수를 뽑을 때 수비 쪽은 확인하기가 힘들다. 수비 장면을 담은 비디오도 많지 않다. 그래도 직접 연습하는 것을 보니 기본기가 굉장히 좋았고, 넓은 잠실구장서도 충분히 중견수를 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유 코치는 스나이더의 수비 능력 중 마무리가 특히 좋다고 극찬했다. 유 코치는 “타구를 쫓아갈 때 마지막에 치고 나가는 게 굉장히 좋다. 체력이 좋고 빨라서 막판에 가속을 받아 타구를 잡아낸다. 글러브질 또한 좋다. 부드럽게 포구할 줄 안다. 외국인야수 중 은근히 이런 기본기가 부족한 경우도 있는데 스나이더는 작은 부분도 잘 되어 있다”며 “기본적으로 외야 세 자리가 모두 되는 만큼, 우리 외야진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본다. 아직 송구 능력을 정확히 확인할 기회는 없었는데, 적어도 체력면에서 외야진 전체를 세이브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고 전망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비에서 LG 외야진은 아킬레스건이었다. 수비 범위가 넓고 강견인 외야수가 부족했고, 상대 팀에게 베이스를 하나 더 허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광활한 잠실구장에서 타구가 좌중간을 가를 때마다 짙은 한 숨을 내뱉곤 했다. 한 야구인은 “LG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외야진 리빌딩이다. 함께 잠실을 쓰는 두산과 비교해도 외야 수비력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스나이더가 이미 보여준 넓은 수비 범위와 더불어 강한 어깨까지 증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10일 경기서 스나이더는 한 차례 상대의 희생플라이를 막기 위한 송구를 했다. 비록 송구의 각도가 너무 높았고, 상대 3루 주자가 어렵지 않게 홈을 밟았으나, 원바운드로 홈송구가 이뤄졌다. 각도만 좀 낮았다면, 간 발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을 수도 있었다. 이전까지는 누구도 LG 중견수가 홈송구로 보살시키는 장면을 상상할 수 없었다.
스나이더 스스로도 자신의 송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스나이더는 9일 경기서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준 후 “어깨도 자신 있다. 송구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온다면 보살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LG 외야진에 붙었던 그린라이트가 이제는 강렬한 적신호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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