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전설이 되는 것인가.
KIA 잠수함 투수 유동훈(37)이 지난 11일 선동렬 감독을 만나 은퇴를 결정했다. 오른 무릎 수술을 놓고 고민끝에 선수생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유동훈의 퇴장과 함께 2009년 우승주역들의 존재감도 희미해지고 있다. 불과 5년전이지만 현재 우승멤버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서서히 전설들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당시 KIA는 12년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전신 해태시절 1997년 우승 이후 타이거즈는 11년동안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지 못했다. 두 번의 꼴찌 수모를 당했고 KIA가 인수한 이후 2002~2004년, 2006년 총 4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번번히 첫 무대에서 탈락했다.

2009년 앞두고도 4강권 후보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팀이었다. 그러나 타선에서는 김상현이 이적후 최희섭과 함께 CK포가 폭발했고 2년차 나지완과 고졸신인 안치홍의 활약, 김원섭의 타율 3할 활약이 어우러졌다. 이용규가 발목 부상으로 장기이탈했으나 큰 공백이 빚어지지 않았다. 이종범을 중심축 삼아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했다.
마운드에서는 아킬리노 로페즈(14승), 릭 구톰슨(13승)의 외국인 원투펀치와 좌완 양현종의 12승 활약이 빛났다. 윤석민도 9승(4패) 7세이브로 선발과 불펜진에서 소금같은 활약을 했다. 중간투수진에서는 곽정철 손영민의 필승계투진, 0점대 소방수 유동훈의 존재감이 빛났다. 서재응은 5승에 그쳤지만 한국시리즈에서 함께 웃었다.
5년이 지난 가운데 당시 한국시리즈 출전선수 가운데 남아있는 이들은 별로 없다. 투수 가운데 현재 1군에는 양현종이 유일하다. 윤석민은 볼티모어행, 한기주는 기약없는 재활중이고 이대진은 은퇴해 1군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손영민은 임의탈퇴, 곽정철은 재활군에 있다. 서재응도 2군에서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로페즈와 구톰슨은 팀을 떠났다. 정용운은 병역을 마치고 2군에 있다.
야수 가운데는 포수 차일목, 내야수 안치홍과 박기남, 외야수 나지완이 1군에 남아있다. 이재주, 이종범, 김종국, 최경환은 은퇴했고 장성호, 이현곤, 김상현, 이용규는 각각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주전포수 김상훈은 은퇴을 고민하고 있다. 김원섭은 노쇠기미를 보이며 2군에 있다. CK포의 주역 최희섭은 3군에서 기약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내년이되면 더욱 많은 선수들이 전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아쉬운 대목은 원할한 세대교체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2010년 우승 후유증이 생겼고 5위에 그칠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지 못했다. 매년 부상선수들이 속출했다. 간판으로 내세울만한 신인들을 영입하지 못한데다 육성시스템도 미비했었다. 특히 마운드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우승 이후 강팀으로 살아남지 못하고 약팀이 된 이유였다.
최근 KIA는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육성 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작년 함평전용훈련장을 건립해 본격 가동하고 있다. 박준태, 김다원 등을 1군 요원으로 공급하는 등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울러 신인 등 새 전력 발굴을 위한 스카우트 팀도 강화했다. 부상 방지 등 철저한 선수 관리를 위한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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