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에서 두 번의 선방으로 24년 만에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결승에 올려놓은 세르히오 로메로(27)의 활약 뒤에는 로맨틱한 사연이 숨어있었다.
로메로는 지난 10일 새벽 5시(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 승부차기서 첫 번째와 세 번째 키커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로메로의 활약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120분간 0-0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서 4-2 승리를 거두고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의 첫 번째 키커 론 블라르의 슈팅을 정확하게 막아내며 기선을 제압한 로메로는 세 번째 키커 웨슬리 스네이더의 슈팅마저 쳐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준비된 듯한 로메로의 선방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했고, 마누엘 노이어-케일러 나바스와 함께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는 기쁨도 안았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은 로메로의 선방 뒤에 아르헨티나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치밀한 분석과 연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승부차기에 임하기 직전 로메로가 들여다보고 있던 작은 쪽지에 네덜란드에서 키커로 나선 선수들의 페널티킥 성향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는 것. 지난 2006 독일월드컵 8강전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승부차기 당시 옌스 레만이 양말 속에 감춘 '커닝페이퍼'를 참고해 슈팅 두 개를 막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던 것처럼 말이다. 레만의 이 '전설의 쪽지'는 후일 경매에서 100만 유로(약 13억 원)라는 고가에 낙찰되기도 했다.
하지만 로메로의 아내인 엘리아나 구에르초는 아르헨티나의 TV방송인 카날13과 인터뷰에서 그가 본 것이 커닝페이퍼가 아닌 자신의 편지라고 밝혔다. 구에르초는 "로메로와 처음 알게 된 2008 베이징올림픽 직전, 우승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에게 써준 편지다. 로메로는 그 편지를 소중히 여겨 큰 대회나 경기 때마다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고 꼭 가지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와 세르히오 아게로, 파블로 사발레타 등 지금 월드컵 대표팀의 주요 멤버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우승의 기억과 아내의 사랑이 담긴 손편지를 행운의 부적처럼 월드컵 무대에 가져온 로메로의 로맨틱함이 승부차기 선방의 숨은 이유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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