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월드컵을 들어올린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69)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이 아르헨티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리오넬 메시(27, 아르헨티나)가 빛날 수 있는 기회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준결승에서 브라질을 7-1로 대파하고 결승에 오른 독일은 오는 1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부터 아르헨티나와 대망의 결승전을 갖는다. 이 경기가 독일 축구 레전드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독일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월드컵 트로피를 차지하지 못했다. 통독 이후에는 2002 한·일 대회에서 준우승, 2006년 독일 대회 4강, 2010년 남아공 대회 4강 등 고비를 넘기지 못한 적이 있다.
베켄바워는 1974년 서독의 주장으로서 요한 크라이프가 이끄는 네덜란드를 깨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1990년에는 감독을 맡아 로타 마테우스, 안드레아스 브레메, 구이도 부흐발트, 루디 푈러, 위르겐 콜러, 위르겐 클린스만 등 당대 최정상급 선수들을 잘 조련해 역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당시 결승전 상대는 아르헨티나였다.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디에고 마라도나에게 구이도 부흐발트를 붙여 90분 내내 괴롭히게 한 것은 베켄바워 전술의 승리로 평가된다.

결승전 예상에 대해 베켄바워는 신중한 생각을 드러냈다. 베켄바워는 12일 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르헨티나는 매우 위험한 팀이다. 아르헨티나는 준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매우 잘 막아냈다. 이런 그들의 수비력은 독일에 매우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토너먼트 3경기에서 단 1골도 실점하지 않은 탄탄한 수비벽을 갖추고 있다.
메시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했다. 베켄바워는 “메시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는 천재적인 딱 한 방으로 경기를 끝내버릴 수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에 베켄바워는 “독일은 네이마르나 메시와 같은 선수가 없다. 하지만 팀으로서의 유기적인 하모니를 내고 있다. 팀에는 노이어 골키퍼를 비롯해 6명의 바이에른 선수들이 있다”라며 메시를 상대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팀으로서 메시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바이에른의 선수들은 대표팀에서나 클럽에서나 메시와 상대한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메시를 막는 법을 많이 연구한 선수들로 도움이 될 법한 요소다. 베켄바워는 매 월드컵마다 “바이에른 선수들을 위주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력이 나아질 수 있다”라는 이른바 ‘바이에른 블록’의 주창자다. 이번 대회에서 그 힘이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