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월드컵을 들어올린 ‘카이저’ 프란츠 베켄바워(69)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이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을 관전하지 않는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최근 마찰이 그 원인이다.
브라질을 7-1로 대파하는 역사를 쓰며 결승에 오른 독일은 오는 1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부터 아르헨티나와 대망의 결승전을 갖는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독일은 통산 네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 통독 이후 첫 우승컵 도전이다. 분위기도 좋고 상황도 나쁘지 않아 그 가능성 또한 비교적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축구계 인사는 물론, 정관계 인사들이 모두 브라질에 집결할 예정이다. 축구광이자 환상적인 이른바 ‘직관 승률’을 자랑하는 앙겔라 메르켈 연방 총리와 볼프강 니어스바흐 독일축구연맹(DFB) 회장의 브라질행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독일 언론들은 요하힘 가우크 대통령까지 브라질로 가는 것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시각이다. 제1야당격인 사회민주당(SPD)의 토마스 오퍼만 원내대표도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런데 응당 있어야 할 인사 하나가 빠진다. 베켄바워가 그 주인공이다.

베켄바워는 12일(이하 한국시간) DFB 홈페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브라질에 가지 않고 집에서 TV로 결승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베켄바워는 1974년 주장으로서, 1990년에는 감독으로서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전설 중의 전설이다. 하지만 이번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FIFA와의 마찰 때문이다.
FIFA 집행위원이자 차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한 베켄바워는 최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선정 과정 로비 의혹에 대한 FIFA의 수사를 거부했다. 이에 FIFA는 90일간 자격 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대립각이 있었다. 베켄바워의 자격 정지 처분은 보름도 되지 않아 풀렸지만 베켄바워는 “경기장에 가면 보기 싫은 사람들도 봐야 한다”며 깨끗하게 브라질행을 포기했다.
그러나 독일 대표팀에 대한 애정을 여전했다. 베켄바워는 “물론 독일이 브라질전과 같이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보면 독일은 7-1과 같은 환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라며 간접적으로 독일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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