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한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의 명 공격수이자 현재 방송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리 리네커(53)가 ‘축구 라이벌’ 독일 대표팀의 성적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냈다.
현재 영국 공영방송인 BBC의 간판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의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리네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와의 인터뷰에서 “굳이 (브라질과의) 준결승을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는 독일 축구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리네커는 “독일은 잉글랜드와는 달리 항상 토너먼트의 높은 단계까지 올라간다. 이는 대단히 규칙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잉글랜드는 리네커가 활약하던 1990년 월드컵 이후 월드컵에서 4강에 도달한 적이 없는 반면 독일은 2002년 이후에만 네 차례 연속 월드컵 4강에 안착하며 이 부문 신기록을 작성했다. 리네커는 “독일의 4회 연속 4강 진출은 잉글랜드의 꿈이다”라며 독일의 꾸준한 성적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어 리네커는 “독일의 선수들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이에 대한 존중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이런 변화는 극적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독일은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꾸준하게 향상되고 있으며 2~4년 정도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자국 역사에 남는 시기가 될 것이다. 잉글랜드도 이런 것을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브라질과의 4강전 이후 트위터를 통해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라고 놀라워했던 리네커는 결승전 예상에 대해 “독일이 이길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2-1로 예상한다. 3-1까지는 되지 않을 것 같다”라면서 “아르헨티나가 아직까지 나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리네커로서는 자국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힘없이 탈락한 이번 월드컵이 더 씁쓸할 법하다. 잉글랜드는 독일(1·2차 대전), 아르헨티나(포클랜드 전쟁)와 모두 전쟁으로 얽혀 있다. 독일은 런던에 폭격을 가한 첫 국가였고 아르헨티나는 당시 영국 역사상 가장 먼 거리의 전쟁을 일으킨 나라다. 자연스레 축구적으로도 라이벌 관계가 확장됐다. 그런데 요새 성적은 신통치 않다. 두 팀의 결승전을 보는 잉글랜드 팬들이 이번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끊어버릴 만한 이유다.
리네커는 1990년 월드컵 4강에서 서독에 밀려 탈락한 뒤 “축구는 간단한 스포츠다. 22명의 어른들이 볼을 쫓다가 결국에는 독일이 이긴다”라는 말을 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인물이다. 독일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패배의 허무함에 더 가까운 자조 섞인 독백이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독일의 ‘승부를 내는 힘’에 대한 대표적인 어록으로 남아 있다. 그만큼 독일에 대한 악연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독일과는 1966년 월드컵 결승, 1990년 월드컵 4강, 1996년 유럽선수권(유로96) 4강에서 명승부를 펼쳤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서로에게 쓰라린 상처를 남겼다. ‘축구 성지’로 불렸던 웸블리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패한 잉글랜드는 케빈 키건 감독이 이 여파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반대로 뮌헨에 가서는 역사에 남을 만한 5-1 승리를 거둔 것이 역전의 발판이 돼 조 1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충격적 패배에 당시 루디 푈러 독일 대표팀 감독의 아버지는 심장 마비 증세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신 웸블리 구장에서의 첫 경기에서 독일에 졌고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도 1-4로 무릎을 꿇으며 독일과의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라이벌 독일이 우승을 차지한다면 자국의 저조한 성적과 맞물려 잉글랜드로서는 최악의 월드컵이 될 전망이다.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아르헨티나와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에 당하며 무너지는 등 역시 감정이 좋지 않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16강에서 디에고 시메오네의 과장된 몸짓에 데이빗 베컴이 퇴장당하는 등 혈투 끝에 패한 적이 있다. 승부차기까지 갔던 당시 경기는 프랑스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로 남아있지만 진 잉글랜드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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