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가 여행지를 바꿔 회를 거듭하자 가장 최근 방송된 스페인 편에 이르러서는 시들한 반응도 나왔다. 일각에선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 그리고 짐꾼 이서진으로 이어지는 멤버들의 조합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거나 여행 패턴이나 에피소드가 비슷하다거나 하는 식의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들린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스페인 편이 종영할 즈음엔 '꽃보다 할배'의 수명이 과연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고개를 들었다.
'짜잔!' 그러나 나영석 PD는 역시나 승부사였다. 이번엔 '꽃보다 청춘'이란 타이틀로 뮤지션 윤상 유희열 이적의 한 팀, '응답하라 1994'의 히어로 바로 손호준 유연석의 한 팀이 각각 페루와 라오스로 여행을 갔다. 지난달 하순 페루 팀이 먼저 출발해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왔고 지난 7일엔 라오스 팀이 출국해 현재 촬영 중이다.
나 PD가 승부사인 이유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놈의' 근성 때문이다. 물론 오롯이 나 PD 혼자만의 작품이랄 순 없다. 그의 환상 콤비인 이우정 작가에 이번엔 KBS 재직 당시 '1박2일' 연출진으로 함께한 후배 신효정 PD까지 합세해 또 한 번 진화한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방점을 찍을만한 점은 '응답하라 1994'의 연출자 신원호 PD가 라오스 편의 연출로 가세했다는 사실. 신 PD는 알려진대로 KBS에서 '남자의 자격', '여걸식스'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인물이다. tvN 이적 후엔 '응답하라' 시리즈로 드라마 연출에 주력했는데 이번 '꽃보다 청춘'을 통해 약 3년 만에 예능 연출에 복귀한 셈이다.

출연진과 연출진 라인업만 봐도 '어마무시'하지만 무엇보다 '꽃보다 할배'에서 '꽃보다 누나', 그리고 '꽃보다 청춘'으로 변주하는 이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진화가 무시무시하다. 애초 할배들이라 놀랍고, 유럽이라 놀랍고, 톱 여배우들이라 신기했던 이 배낭여행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차츰 빛이 바래가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자 나 PD는 보란 듯 '꽃보다 청춘'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꽃보다 청춘'은 앞서 어느 정도 세팅이 됐던 할배나 누나들의 여행과는 달리 윤상 유희열 이적 등 페루 팀이나 바로 손호준 유연석 등 라오스 팀 모두가 출국 전까지 자신들이 이 프로젝트에 출연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이들은 제작진과 공동 모의한 소속사의 농간 탓에 화보나 미팅 류의 해외 스케줄인줄 알고 인천공항에 당도했는데) 때문에 흔한 배낭여행객의 배낭은커녕 기본적인 옷가지도 갖추지 못한 채 황망히(?) 떠나야 했다.
짐꾼까지 대동됐던 그나마 비교적 계획적인 여행과는 절대 다르다. 되는대로, 풀리는 대로 그야말로 '청춘'이고, 힘이 남아돌아 할 수 있는 거칠고 투박한 여정을 의도한 나 PD와 제작진의 묘수가 도사린다. 40대 뮤지션들과 혈기왕성 20대 남자들이 배낭 하나 없이 먼 나라에 떨어졌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이 밀려오는 건 '꽃보다 청춘'의 흥행 청신호를 예감케 한다. 이 두 팀의 비교 재미는 또 얼마나 쏠쏠할까.
나 PD는 사석에서 '꽃보다 할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할배들이 원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또 '꽃보다 누나'와 같은 변주 역시 또 다른 멤버들을 섭외해서라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누가 '꽃보다 청춘'이 나올 줄 알았을까. 더구나 유명한 40대 뮤지션들과 '응답하라 1994' 속 삼인방이란 조합이 가능할 줄이야. 나 PD와 제작진의 승부사 기질,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 남다른 근성이 '꽃보다' 프로젝트의 탄탄대로를 예고하고 있다.
'꽃보다 청춘'은 8월 중 방송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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