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휠체어농구, ‘덩크슛’ 빼고 다 있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7.12 17: 41

덩크슛이 없는 것만 빼면 똑같은 농구였다. 오히려 승리에 대한 열망은 더 강렬했다.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8강전이 12일 오후 인천삼산체육관에서 개최됐다. 미국, 호주 등 세계적인 강호들이 우승을 향해 순항을 계속했다. 한국대표팀은 10일 치러진 준결리그에서 이란에 67-64로 역전승을 거두고 사상 첫 8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휠체어농구의 경기규칙은 일반 농구와 거의 유사하다. 공을 갖고 3회 이상 휠체어를 밀고가면 트레블링이 지적되는 것 정도가 특이한 점이다. 한 손으로 공을 드리블하면서 다른 손으로 휠체어를 몰고 가는 능력은 신기에 가까웠다. 선수들은 장애도에 따라 숫자로 등급을 나눈다. 숫자가 작을수록 몸이 더 불편하다. 코트에서 뛰는 5명의 총합이 14를 넘기면 안 된다.

자유투와 3점슛도 똑같다. 선수들은 하체의 힘을 전혀 사용할 수 없음에도 50% 정도의 놀라운 자유투 성공률을 보였다. 터키의 오즈가 구불락은 영국과의 8강전에서 3점슛 7개를 던져 5개를 적중시키는 신기를 자랑했다. 구불락이 25점을 넣은 덕분에 터키는 영국을 71-69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경기는 격렬한 편이다. 일부러 상대선수 휠체어를 들이받아 진로를 방해하는 것이 하나의 기술이었다. 상대편 휠체어에 손가락이 끼거나 넘어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모든 선수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선수들의 승부욕과 협동심이다. 휠체어농구에서 아무리 잘난 선수도 혼자 개인기를 부려 3명씩 뚫고 득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조직적인 움직임이 없으면 득점은커녕 골밑에 접근하기조차 매우 어려웠다. 때문에 5명의 선수들은 마치 한 몸처럼 일사분란하게 스크린을 걸어주고 패스를 했다. 득점하는 선수가 잘나서라기보다 5명이 합작한 최종결과물이 득점이었다.
최근 프로농구를 보면 팀보다 자신을 먼저 챙기는 선수를 종종 볼 수 있다. 너도나도 득점만 하려다 망가지는 팀도 여럿 있다. 이런 선수들에게 ‘원팀’을 강조하는 휠체어농구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올 것 같다. 승패를 떠나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히 코트에서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휠체어농구선수가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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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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