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3)가 깜짝 등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니퍼트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4-3으로 앞서고 있던 7회초에 등판해 2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했다. 팀의 6-3 승리에 힘을 보탠 니퍼트는 첫 홀드를 기록했다.
두산의 송일수 감독은 당초 니퍼트를 오는 15일 마산 NC전 선발로 내세울 계획이었다. 송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NC전에는 니퍼트와 노경은을 선발로 쓸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송 감독은 경기가 박빙으로 흐르자 니퍼트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갑작스럽게 선발이 아닌 위치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니퍼트는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 해냈다. 이용찬의 출장 정지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아 불펜의 힘이 약해져 있는 팀 사정을 고려해 니퍼트는 불펜의 역할까지 일부 대신하려 했고, 시도는 승리로 이어졌다.
7회초에 피칭을 시작한 니퍼트는 선두 이용규를 중전안타로 출루시켰지만, 진루를 허용하지 않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8회초에도 마운드를 지킨 니퍼트는 삼자범퇴로 한화의 1이닝을 또 지웠다. 9회말 역시 니퍼트의 몫이었다. 니퍼트는 처음 던지는 투수처럼 힘을 냈고, 9회 역시 2사까지 깔끔히 잡은 뒤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니퍼트는 선발 등판을 준비하는 과정인 불펜 피칭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니퍼트의 이날 등판에 대해 “예정된 불펜 피칭 대신 실전에 나온 것이다. 투구 수는 3~40개, 이닝으로는 2이닝 정도 던지기로 정해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니퍼트가 외국인 선수로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투수조 미팅을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 니퍼트는 상황이 어렵지만 안타를 맞더라도 마운드에서 당당해지고, 동료들을 믿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말대로 팀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자 니퍼트는 등판을 자청했고, 팀 승리에 기여했다.
1점 앞서던 흐름에 니퍼트를 마운드에 올리는 모험까지 감행하며 두산은 귀중한 1승을 챙겼다. 니퍼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이닝을 던진 니퍼트는 자신의 뜻대로, 그리고 예정대로 오는 15일 마산 NC전에도 선발 등판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상태다.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친 에이스의 투혼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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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