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유재석표 힐링, 진짜 리더의 자질과 책임감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7.13 07: 01

달리 ‘힐링’이 아니었다. 유재석의 “모두 다 내 잘못”이라는 말 한마디가 선물한 감동의 깊이는 끝이 없었다. 슬프고 안타깝게도 권력 남용과 책임 회피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숱한 리더에게 들은 말이 아니었다. 리더라는 그럴싸한 가면을 쓴 사회지도층의 눈살 찌푸릴 백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유재석이 보여준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책임감은 심장 한구석에 인이 박힌 것마냥 강렬했다.
유재석은 지난 1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레이싱 대회인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에 출전했다. 대회 출전까지 5개월의 연습은 그를 챌린지급 최고기록과 맞먹는 기록을 갖게 했다. 허나 대회 이틀을 남기고 차량 반파 사고가 나면서 삐걱거렸다.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의 메인 MC인 동시에 뼈를 깎는 고통으로 이어온 건강 관리로 스포츠 도전에 있어서 언제나 에이스였다.
급하게 수리했지만 연습 주행부터 불안했던 유재석의 차량은 가속이 나지 않았다. 결국 유재석은 예선에서 가다 서다 반복했다. 제대로 한 바퀴를 돌지 못하는 답답하고 마음 졸이는 일이 벌어졌다. 주위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안쓰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정비사와 감독은 한바퀴만이라도 돌아서 기록을 낼 것을 주문했다. 결국 예선 결과 꼴찌였다. 믿기 힘든 결과였다. 그리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 이미 시청자들은 그의 선전을 기대했기 때문.

이를 유재석이 모를 리 없었다. 헬멧을 벗는 유재석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도전을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려왔던 그이기에 차량 이상으로 제대로 속력도 내보지 못한 채 예선을 마친 것은 정말 갑갑한 감정을 표출하고도 남았다. 그는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제일 먼저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는 정비사들에게 “죄송하다. 내가 사고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 내 잘못이다. 내가 차를 고장 내서 그렇다”고 미안해 했다. 반파됐던 차량을 만지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던 불과 몇십분 전의 장면과 교차됐다.
이미 예선 중 한바퀴라도 달려보라는 감독의 말에 “다른 선수들 방해할까봐 못 하겠다”고 자신이 운전을 지속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민폐가 될까봐 우려했던 그이기에 이 같은 배려는 감동의 쓰나미를 몰고왔다. ‘유느님’이라고 경쟁심리가 없을 리 만무하고 그동안의 노력의 결실을 이루고 싶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바퀴라도 제대로 달려보고 싶다”는 말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말 다음에 나왔다. 진심 가득한 바람이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신을 위로하는 모든 이들에게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해 안쓰러움을 자아냈지만 자신보다 표정이 더 일그러진 상대방을 먼저 살핀 것.
대회 위원장이 찾아와 차량 변경 후 결승 출전이 가능하다는 대회 규정 설명을 듣고서야 화색이 도는 유재석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도 함께 웃음을 지었다. 명석한 두뇌 회전으로 재치 있는 진행을 하고, 냉철한 상황 판단력으로 다른 이들의 예능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도움을 주며, 배려 있는 성격을 바탕으로 다수의 출연진의 조합을 만드는데 탁월한 국민 MC의 힘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보기만 해도 갑갑하고 안타까운 상황인데 짜증을 내고 상심의 티를 팍팍 내도 될 법한데 말이다. 그가 느끼고 있을 부담감과 책임감의 무게는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로 무겁다. “모두 다 자신의 잘못”이라면서 차량 이상도 레이싱 대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넓은 포용력과 강한 정신력은 이미 경기 결과가 공개됐던 ‘무한도전’의 KSF 도전기를 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덕분에 시청자들을 울컥하는 일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지겹도록 우리 사회 리더라는 이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이들의 어이없는 행태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유재석이라는 예능인이 더욱 값진 보석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웃음과 감동을 안기는 동시에 ‘힐링’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행여나 조심스러운 성격상 자신을 향한 대중의 두터운 지지와 응원, 칭찬이 부담스럽게 여겨질 유재석에게 미안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jmpyo@osen.co.kr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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