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듯 먹구름을 잔뜩 머금은, 찌푸린 회색빛 하늘 밑으로 청명한 하늘색 물결이 넘실댔다. 12년 만에 뭉친 god, 그리고 1만 4000여 명의 팬들이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오빠들은 여전히 뜨겁고 감미로운 무대로 그들을 추억하는 팬들에게 가장 특별한 선물을 줬다.
god가 12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god 15th 애니버서리 리유니온 콘서트(god 15th Anniversary Reunion Concert)'를 개최했다. 이날 공연장은 12년 만에 완전체로 뭉친 god를 보기 위해 모인 팬으로 가득 찼다. 이번 공연을 보기 위해 전날부터 지방에서 올라온 팬들도 상당수였다.
12년 만에 완전체로 다시 뭉친 god는 추억을 넘어 보물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god를 보며 학창시절을 보낸 20~30대 팬들부터 가족들을 따라온 10대 팬들, 그리고 10년 넘게 god를 좋아한 50대 팬들까지 '국민 그룹'이라는 호칭에 맞게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총집합했다.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 한 마음으로 하늘색 풍선을 흔들고, "god"를 외쳤다.

1999년 1월 13일 만남부터 2005년 12월 28일 이별까지, god를 추억하는 영상으로 시작된 이번 공연은 화려한 폭죽이 터지면서 뜨거운 막이 올랐다. 본 공연 30분 전, 방송인 김제동이 사전MC를 맡아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풍성한 재미로 채우기도 했다.
첫 번째 무대를 마친 god는 함께 활동하던 시절 사용했던 인사법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특히 공연 전 뇌수막염으로 입원했던 윤계상은 "god에서 뇌수막염을 맡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안부를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god에서 탈퇴, 배우로 활동하다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윤계상은 "12년 만에 1만 4000여 명의 팬들과 함께하고 있다. 너무 벅차올라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소감을 밝혔으며, 박준형은 "미국에 있으면서 허리를 다쳐서 우울증 환자가 됐었다. 예전 동영상과 SNS를 보면서 기운을 많이 냈다. 정말 감사하다. 뒤에서 울었다. 그러다가 음악이 켜지니까 옛날 자세로 가더라"라고 인사했다.
또 데니안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어서 오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현재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20년 후에 지금 이 순간을 추억하고, 공유하고 싶어서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면 그런 새로운 꿈이 됐다.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날 공연에서 god는 '길', '프라이데이 나잇', '관찰', '애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모르죠', '왜', '다시', '어머님께', '거짓말', '니가 필요해', '니가 있어야 할 곳', '촛불 하나', '하늘색 풍선', '보통날' 등 기존의 히트곡뿐만 아니라 '미운오리새끼', '우리가 사는 이야기', '새러데이 나잇', '하늘색 약속' 등 정규 8집 '챕터8' 수록곡 무대를 꾸몄다. 150여분 동안 20곡 이상을 소화하면서 변함없는 열정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손호영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팬들 덕분인지 힘들었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두운 밤하늘 밑에 펼쳐진 하늘색 물결은 god에게도, 팬들에게도 뿌듯하고 울컥한 광경이었다. god와 박준형, 데니안, 윤계상, 손호영, 김태우의 이름을 번갈아가면서 한 목소리로 외치는 팬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오래 기다려온 만큼 팬들의 함성도, 팬들의 함성을 반기는 god의 표정도 더 크고 뜨거웠다. 뿐만 아니라 god의 활동 시절 외치던 구호를 그대로 외우고 무대를 꾸밀 때마다 힘차게 외치는 팬들에 감격한 멤버들의 모습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됐다.
god의 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했던 것은 탈퇴했던 윤계상이 재합류해, 12년 만에 god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랐기 때문. 이미 배우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던 윤계상이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그리고 그들을 기다린 팬들을 위해 다시 무대에 올라온 용기에 팬들 역시 큰 박수를 보냈다. 추억 여행 이상의 큰 의미가 있었다.
변함없이 사이좋은 모습, 무대 위에서 딱 들어맞는 호흡, 그리고 god만의 유쾌함과 흥겨움이 이번 공연을 더욱 의미 있고 즐겁게 만들었다. "god가 학창시절"이라는 팬들의 말처럼 이번 공연은 학창시절로의 추억 여행이었고, 나아가 앞으로 10년을 더 추억할 수 있는 새로운 꿈을 만들어준 공연이었다. 그 시절과 변함없는 팬들의 '떼창'을 듣고 있다 보면 god 못지않게 현장을 찾은 팬들도 감격스러웠다.
이번 공연은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진행되며 넓게 트인 야외공간을 이점으로 삼아 총 길이 80M 메인무대, 160M가 넘는 돌출 무대를 설치, 70개가 넘는 LED 판넬을 투입해 팬들에게 다섯 명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잘 보이는 무대를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무더위를 날릴 수 있는 특별한 '물 쇼'까지 더해져 팬들에게 시원한 여름밤의 공연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있던 윤계상이 god 멤버들에게, 또 팬들에게 영상편지를 남겨 감동을 더했다. 막내 김태우부터 손호영, 데니안, 그리고 박준형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면서 다시 뭉칠 수 있었던 힘을 준 멤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god를 떠나 있던 시간과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윤계상의 내레이션을 통해 울려퍼진 솔직한 마음, 그들의 추억과 사랑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며 팬들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추억을 넘은 또 다른 선물과 감동이 가득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god는 이날 공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개최, 12년 만에 완전체로 뭉친 소감 등을 밝혔다. god의 기자회견은 어떤 행사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딱딱한 기자들까지 웃음 짓게 만들 정도로 god를 보는 것만으로도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나게 만들었다. 특히 탈퇴했던 윤계상이 재합류하면서 12년 만에 뭉쳤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반 텔레비전에서 봤던 모습과 똑같이, 여전히 사이좋은 다섯 명의 형제들의 모습을 보는듯했다. 어색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진한 우정과 사랑이 느껴졌다.
특히 이날 윤계상은 god의 15주년 프로젝트뿐 아니라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윤계상은 "준비기간은 2년 정도 걸렸다. 2년 안에 각자의 입장도 있고 그래서 많은 조율 끝에 이 자리까지 왔다. 나머지 스케줄은 일사천리로 된 것 같다. 이런 것을 모두 협의 하에 시작했다"라며 "이번 앨범이 어떤 '추억 팔이'라는 이야기가 있더라. 그런 걸로 뭉친 것은 아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율하고 뭉친 거의 이번 앨범에 녹아져 있다. 헤어짐이 다시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지금은 개인 일을 하면서 god라는 이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데니안 역시 "계속 하고 싶다. 일단 우리가 쉽게 모인 게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와 각자의 일도 있어서 이런 것을 조율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쉽지 않게 모인만큼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지금 확답을 줄 수는 없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계속 모여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김태우는 god의 재결합 계기에 대해 "멤버들도 팬들과 똑같이 많이 추억했던 것 같다. 그때의 상황과 음악, 그리고 기분들을"이라며 "올해 15주년 되는 기념적인 해라는 것도 적용이 됐다. 2년 정도 준비를 했다고 했는데 마음과 회사 간의 의견이 다 맞춰진 시점이 지금인 것 같다. 자연스럽게 지금의 시점이 된 것 같다. 멤버들 한 사람이라도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완벽한 느낌이 들지 않으면 뭉치지 말자고 했었다. 다 맞아떨어진 시점이 지금이었다. 모든 것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god는 12일~13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광주, 부산, 대구, 대전에서 총 8회의 공연을 진행한다.

seon@osen.co.kr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