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최준석이 받은 투혼과 전설의 50구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4.07.12 23: 21

갑작스러운 포수 호출이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임무를 소화했다.
롯데 거포 최준석이 포수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다. 12일 광주 KIA전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한 최준석은 9회말 1사후 수비도중 돌연 마스크를 썼다. 두 번째 포수 강민호가 8회초 헤드샷을 맞았고 8회말까지 수비를 했으나 9회 검진을 위해 빠졌기 때문이었다.
최준석이 차출된 이유는 포수로서 9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 가장 최근 경기는 2005년 4월 6일 사직 현대전에서 교체포수로 출전했다.  선발출전은 2004년 10월 5일 잠실 LG전이었다. 당시 이용훈의 유일한 완투승을 이끌었다.  포수로는 무려 9년 3개월여만에 포수 출전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안방에 앉은 최준석은 어울렸다. 강영식의 투구를 모두 넙죽 넙죽 받아주었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 상관없었다. 12회까지 딱 50개의 투구를 받으면서 놓치거나 투수와 호흡이 어긋난 장면도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포수인 듯 했다. 9회말 수비에서는 1사 1,2루 끝내기 위기에서 이성우를 3루 병살로 유도하는 볼배합 능력을 보여주었다.
도루도 저지했다. 연장 10회말 1사후 김주찬이 중전안타를 터트려 출루했다. 다음타자 박기남의 타석에서 2구에서 도루를 감행했다. 박기남의 헛스윙으로 주자를 도와주었는데도 최준석은 정확한 2루 송구로 김주찬을 잡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김주찬이 오른쪽 발바닥 통증으로 제대로 뛰지는 못했지만 9년 3개월여만에 포수로 등장해 정확한 샷으로 잡아낸 명장면을 연출했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프로야구의 진기명기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최준석은 연장 11회도 볼넷만 하나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지는 못했다. 연장 12회말 1사2루에서 박준태의 안타를 잡은 롯데 외야수 손아섭의 홈 악송구로 끝내기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육중한 몸으로 점프를 했으나 송구는 턱없이 높았다. 그럼에도 포수 최준석이 받아낸 50개의 투구는 투혼으로 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롯데는 졌지만 최준석의 투혼은 또 다른 전설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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